한국CXO연구소 2017~2021년 상관관계 분석
지난해 7조7000억 낸 삼성전자도 똑같은 결과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는 28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3만5000명 늘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라 같은 달 기준으로 22년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다만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고령층 직접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15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직원이 구인정보 게시물을 교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는 28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3만5000명 늘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라 같은 달 기준으로 22년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다만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고령층 직접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15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직원이 구인정보 게시물을 교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 정부는 21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등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법인세 인하는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기획재정부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기재부는 다음날 여러 언론의 법인세율 인하 비판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다양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는 투자·고용 증가 효과가 있다고 분석되며 미국 등 외국 사례에서도 기업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법인세 평균실효세율 1%p 인하시 투자율이 0.2%p 증가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6년 연구 결과와 법인세율 3%p 인상시 투자는 0.7%, 고용은 0.2%, 국내총생산(GDP)은 0.3% 각각 줄어든다는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인하 혜택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상품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용·임금 증가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각각 귀착된다는 것은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일반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2.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감세’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데 대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서민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복합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진행된 출근길 문답에서 ‘어제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는데 여러 기대효과도 있지만 세수 부족 우려도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법인세는 좀 국제적인 스탠더드(기준)에 맞춰서 우리 기업의 대외 경쟁력도 강화하고 투자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또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중산층과 서민 세 부담을 감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수원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수원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7일 “법인세 감면의 목적은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각종 감세 정책으로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 수석은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13조원이다”라며 “전체 국세가 400조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줄어든 세수는) 작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우리 법인세가 낮은 수준은 분명히 아니고,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것을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말했듯이 세금이 기업 활동에 대한 가장 큰 규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감면을 둘러싸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상위 100곳의 최근 5년간 법인세와 고용 흐름을 살펴본 결과 두 항목간 연관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법인세를 인하했다고 해서 고용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추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는 게 일반적 생각인데, 실제 고용 창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8일 ‘2021년 1000대 기업 법인세 현황 및 2017년~2021년 5년간 법인세 톱100의 고용과 법인세 상관관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21년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법인세비용이 높은 상위 1000곳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법인세를 많이 낸 상위 1000대 기업의 법인세 전체 금액은 39조6114억원 수준이다. 이중 상위 톱100의 법인세 규모는 31조8800억원으로 80.5%의 비중을 차지했다.

법인세 금액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50억원 미만인 곳은 458곳으로 최다였다. 이어 100억~1000억원 289곳, 50억~100억원 193곳 순이다. 1000억원 이상을 법인세로 낸 곳은 60곳이었는데, 이중 3곳은 법인세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법인세 1조 클럽에는 삼성전자가 7조7335억원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법인세 1000대 기업의 19.5%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법인세 상위 1000대 기업의 5분의 1 정도로 삼성전자가 국가 재정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가 3조5632억원(9%)으로 넘버2를 차지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1조8025억원(4.6%)으로 법인세 1조 클럽에 합류했다. 법인세 1조 클럽에 가입한 3곳의 법인세 규모만 해도 13조원 이상으로 1000대 기업 법인세의 33.1%에 달했다.

이어 지난해 법인세 톱10에는 △4위 LG화학(7999억원) △5위 기아(7281억원) △6위 기업은행(6961억원) △7위 SK이노베이션(6061억원) △8위 네이버(5646억원) △9위 현대제철(5620억원) △10위 삼성물산(5185억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 국내 상장사 상위 10개 기업의 법인세 금액만 해도 17조5746억원으로 1000대 기업 전체 법인세의 44.4%를 차지했다. 1000대 기업만 놓고 보면 상위 100개 기업 이내에 포함된 기업의 법인세가 압도적으로 큰 상후하박(上厚下薄) 현상이 뚜렷했다.

국내 상장사 중 지난해 법인세를 많이 낸 상위 100곳을 대상으로 2017~2021년까지 5년간 고용과 법인세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니 두 항목 간 연관성이 높다는 것은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법인세의 증감 여부에 따라 고용도 달라진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물음표가 강하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당시 100개 기업에서 낸 법인세 규모는 21조3916억원 수준이었다. 2018년에는 29조2322억원으로 이전해보다 36.7%나 증가했다. 그러다 2019년에는 14조1768억원으로 전년보다 법인세가 반토막 이상 감소했다. 2020년에는 18조3559억원으로 많아졌고, 작년에는 31조8800억으로 1년 새 73.7%나 껑충 뛰었다.

최근 5년간 100곳의 법인세 흐름을 보면 높게는 이전해보다 70% 넘게 법인세가 늘어난 때도 있었지만, 50% 넘게 줄어든 해도 있었다. 법인세의 경우 매년 전년 대비 변동폭이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고용은 2017년(65만6148명)→2018년(67만2329명)→2019년(68만6904명)→2020년(69만1683명)→2021년(69만9977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 간 법인세는 이전해보다 절반 이상 감소하거나 혹은 증가하는 등 낙폭 차이가 큰 롤러코스터를 탄 경향이 강한 반면, 고용은 법인세 흐름과 무관하게 꾸준한 소폭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앞서 결과만 놓고 보면 법인세와 고용간 연관성이 높다고 얘기하기에는 근거가 다소 부족했다.

이는 국내 법인세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최근 10년간 고용과 법인세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다소 비슷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011년 법인세 규모는 1조4701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012년(3조3493억원)→2013년(6조2877억원)→2014년(2조6889억원)→2015년(2조1141억원)→2016년(3조1453억원)→2017년(7조7327억원)으로 변동됐다. 그러나 2018년에는 11조5837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내기도 했다. 2019년에는 3조6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이상 법인세가 줄더니, 2020년에는 4조8369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최근 10년간 삼성전자의 법인세 흐름을 보면 많게는 전년대비 140% 이상 급증했고, 60% 넘게 감소한 적도 있었다. 2~3년을 주기로 법인세 금액은 큰 편차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의 고용은 2011년 이후 가장 적을 때는 9만900명 수준이고, 많을 때는 11만3485명으로 최근 10년간 이전해 대비 ±5% 수준에서 직원 수가 달라졌다. 법인세가 -68%~145% 사이에서 큰 폭으로 달라질 때 고용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서도 고용과 법인세 두 항목 간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기업의 고용 유지 인원은 인건비 수준과 미래의 기업 환경 및 투자 계획 등 여러 복합 요인을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1년 단위로 달라지는 법인세에 따라 직원 수를 늘리고 줄이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향후 법인세를 많이 내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낮춰줄 경우 고용 증가 효과도 나타날 수 있으나 그보다도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는 요인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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