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1000대 기업 대표이사 1350명’ 조사
이름 가운데에 ‘영’·마지막에 ‘호’ 들어간 경영자 최다
1월생 150명으로 가장 많고 4월생은 90명 가장 적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아이 이름을 ‘영준’이라고 지어야 할까? 올해 기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영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8명이 ‘영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정훈’(7명)’ ‘용석‧승우’(각6명), ‘재호’(5명) 등의 순이었다.
또 대표이사 성씨 중에서는 ‘김’씨 성을 가진 CEO가 5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은 등 역시 ‘김‧이‧박’ 성씨가 톱3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최‧조‧강’씨 등은 인구수 대비 최고경영자 비율이 다소 높게 나와 주목을 끌었다. 출생 월별로 살펴보면 1월생이 가장 많았고 4월 출생자는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추석을 앞두고 ‘2022년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이름 및 월별 출생 현황 조사’라는 이색적인 분석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대표이사 타이틀을 가진 CEO급 1350명이었다.
김씨 성을 가진 CEO가 270명(20%)으로 최다 집계됐다. 평균 5명 중 1명꼴로 ‘CEO Kim’이 국내 재계에서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 성을 가진 대표이사는 197명(14.6%)으로 넘버2를 차지했고, 박씨는 88명(6.5%)으로 톱3에 포함됐다. ‘김‧이‧박’ 3개 성을 쓰는 CEO 인원만 해도 1000대 기업 중 4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다.
이어 정씨(73명, 5.4%), 최씨(67명, 5%) 조씨(45명, 3.3%), 강씨(35명, 2.6%), 장씨(29명, 2.1%), 임씨‧윤씨(각 28명, 각 2.1%), 신씨(26명, 1.9%), 허씨(24명, 1.8%), 황씨(22명, 1.6%), 손씨(20명, 1.5%) 순으로 20명 이상의 CEO를 배출했다.
‘김‧이‧박’ 같은 성씨 순으로 최고경영자가 많이 배출된 배경에는 우리나라 성씨별 인구와 무관치 않았다. 지난 2015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씨 성을 쓰는 우리나라 국민은 1000만 명이 넘어 21.5%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이씨 14.7%, 박씨 8.4%, 최씨 4.7%, 정씨 4.3%, 강씨 2.4%, 조씨 2.1%, 윤씨 2.1% 순으로 100만 명이 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성씨별 비중이 높은 곳에서 CEO도 다수 배출된 흐름을 보였다.
다만, 국내 전체 성씨별 인구수와 이번 1000대 기업 대표이사의 성씨별 현황과 비교해보면 김‧이‧박 성씨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CEO 비중이 다소 낮은 반면, ‘정‧최‧조‧강’씨 등은 인구수 대비 최고경영자 비율이 다소 높게 나와 주목을 끌었다.
CEO 중 이름 가운데에 ‘영’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경영자가 72명(5.3%)으로 가장 많았다. 한자는 ‘永(길 영)’를 쓰는 경우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榮(영화‧꽃 영) 15명, 英(꽃부리‧뛰어날 영) 13명 순이다. ‘영’ 자 다음으로는 ‘성’(62명) ‘재’(58명) ‘정’(53명) ‘상’(46명) ‘동’(44명) ‘종’(43명) 등의 글자를 가운데 이름에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름 마지막에는 ‘호’라는 글자가 1순위로 꼽혔다. 61명 CEO의 이름 마지막에 ‘호’가 들어갔다. 이어 ‘석’(57명) ‘수’(55명) ‘영’(46명) ‘식·환’(각 44명) ‘준’(42명) ‘규’(40명) 순으로 파악됐다. 특히 ‘호’자로 이름이 끝나는 CEO 중에서는 한자로 ‘浩(넓을 호)’를 쓰는 경우가 16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鎬(호경 호)’도 15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했다.
성씨와 이름 가운데 및 마지막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조합해보면 대한민국 CEO를 대표하는 이름은 ‘김영호(金永浩)’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2012년 조사에서는 이름 마지막 한자가 호경 호가 들어간 ‘김영호(金永鎬)’였다는 점이 지금과 달라진 점이다. 실제 올해 조사 대상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金永浩’라는 한자 이름과 똑같은 최고경영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일신방직 김영호(金英浩) 회장이 우리나라 대표 이름에 가장 근접했다.
성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영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8명이 ‘영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매출액 순으로 살펴보면 롯데케미칼 이영준 대표이사를 비롯해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오뚜기 함영준 회장, 에스엠 탁영준 대표이사, 더네이쳐홀딩스 박영준 대표이사, 이수페타시스 서영준 대표이사, 삼양홀딩스 이영준 대표이사, 국보디자인 이영준 대표이사가 이른바 ‘영준’ 클럽에 가입했다. 이중에서도 ‘이영준’이라는 동명이인(同名異人)만 해도 3명이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정훈’(7명)’ ‘용석‧승우’(각6명), ‘재호’(5명)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CEO도 비교적 많은 편에 속했다.
이와 별도로 삼양식품 김정수(64년생) 부회장을 비롯해 일신방직 김정수(63년생) 사장, 이엔에프테크놀로지 김정수(55년생) 사장도 1000대 기업 내 한글 성과 이름이 같아 주목을 받았다.
1000대 기업 CEO 중에는 1월에 태어난 경우가 150명(11.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8월(134명, 9.9%), 3월(132명, 9.8%) 순으로 많았다. 반면 4월생은 90명(6.7%)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고 12월생(91명, 6.7%)과 6월생(98명, 7.3%)도 100명 미만이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이름과 태어난 달에 따라 CEO가 될 확률이 높다는 등의 객관적인 사실은 아직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면서도 “최근 일반인을 비롯해 스포츠선수, 연예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개명을 통해 변화를 주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바람이 재계 임원과 CEO 사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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