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기업가치 하락 불가피..."상황 고려 상장 추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경쟁력 부족'도 약점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투자 열기의 척도라고 평가받던 쏘카의 흥행 참패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던 컬리와 케이뱅크가 바짝 긴장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다음주 중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컬리의 심사 통과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점치고 있다.
컬리는 상장을 위해 올 3월 일찌감치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거래소가 FI(재무적 투자자)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며 일정이 늦춰졌다. 컬리는 최근 의무보유 확약서를 포함한 주요 서류를 종합해 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이같은 요구를 한 이유는 컬리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컬리 지분율을 보면,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5.75% 보유하고 있는 반면 외국계 자본이 50.14%로 절반을 넘는다. 이에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연쇄적인 투자금 회수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쏘카의 흥행 부진을 겪으며, 컬리의 상장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PO 시장 한파에 컬리가 쏘카와 유사한 플랫폼 업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서는 피어그룹(비교기업) 상황을 고려했을 때 쿠팡 등 경쟁업체들이 쟁쟁한 컬리의 상황은 쏘카보다 더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있다. 컬리도 쏘카와 마찬가지로 몸값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쏘카는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 약 1조6000억원을 예상했으나, 흥행 부진으로 공모가를 공모가 하단과 비교해 약 18% 아래로 선정했다. 이에 상장 후 시총 규모도 1조원을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컬리의 가치가 1조~2조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또 컬리가 예비심사 청구 당시 선정한 기업가치도 5조~6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섞인 시장 평가에 컬리는 당장 급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예비 심사 후에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투자받은 자금이 충분하게 남아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가 급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금 확보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 적시 대응하겠다는 쏘카의 사정과는 차별적인 모습이다.
컬리 관계자는 "당연히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자금 운용과 설비 투자 등에서 보다 여유로울 수는 있지만 이 부분이 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성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오히려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부분을 더 중요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는 컬리와는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해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투자지분에 매도청구권이 있어 상장을 해야 이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는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속도를 낸다면 올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케이뱅크도 상장 흥행을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여럿 남았다. 먼저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 또 기존 은행들과의 차별성에 대한 의문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
다행히 케이뱅크는 최근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된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45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실적 개선세가 뚜렸하다. 특히 6개월 간 고객수가 66만명 가량 늘었고 여신도 지난해 말 대비 1조6400억원 증가한 8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며 자체적인 성상정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컬리와 케이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공모주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고, 유니콘이라 불리는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당장 컬리와 케이뱅크의 상장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증시 상황과 기업들의 업황 개선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이대로 상황이 유지된다면 상장 흥행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컬리는 기업가치가 높게 측정된 것은 물론이고, 실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통한 출혈경쟁으로 매출 뻥튀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며 "이를 성장기업, 혁신기업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관점에서 케이뱅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상장 후에도 이같은 금리를 유지할 지 의문이다"며 "케이뱅크 가치가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최소 1/3의 밑으로 형성돼야 매력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현 시점에서는 비싸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상장 앞두고 속도 내는 컬리…중개업에 해외 진출까지
- 마켓컬리, 싱가포르서 냉동 간편식 판매…동남아 진출 본격화
- IPO 한파 여전...7월 상장 기업들 시초가 대비 11.4% 빠졌다
- 케이뱅크, 조건없이 최고 연 3% 금리 '100일 예금' 특판
-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 IPO 닻 올렸지만 곳곳 '암초'
- "IPO 한파인데 비싸기까지"...쏘카 박재욱 대표 '낙관론' 지나쳤다
- 케이뱅크, 전세대출 금리 최대 0.36%p 인하…"업계 최저 수준"
- 5개월 만에 상장 예심 통과한 컬리…상장 시점은?
- 업비트, 디지탈 자산 '한글백서' 제공…"전문 번역"
-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규 신청 재개…금리 평균 0.69%p 인하
- 케이뱅크 "상반기 중저신용대출 1조 공급"
- 증시 한파에 예비 상장사들 '벌벌'..."흥행 성공 새내기 누가 될까" 관심
- 9월 신규 상장 잔혹사 지속...10월 '똘똘 신입생' 몰려온다
- 11월 IPO 시장도 험난...잇단 철회·연기 속 상장기업들도 '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