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고평가 논란 영향에 공모가 낮춰 상장
카셰어링 성장 확인 필요...주가 반등 여력은 충분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열린 IPO(기업공개) 간담회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쏘카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열린 IPO(기업공개) 간담회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쏘카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유가증권시장에 도전하는 쏘카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IPO(기업공개) 시장 한파에 몸값까지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흥행에는 실패했어도 쏘카는 상장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모가를 기존 희망 밴드 하단 기준 대비 17.6% 낮춘 2만8000원으로 수정했고, 공모 물량도 기존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20% 가량 줄였다.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는 증시 불황 영향으로 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몸값마저 비싸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쏘카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밸류에이션을 낮췄지만,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와 시장 불황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높게 측정해주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관들이 쏘카의 보호예수가 끝나는 시점의 증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IPO 시장에서는 대어급이라 평가받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달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그럼에도 쏘카는 상장 일정을 그대로 추진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또 상장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하지만, 당초부터 시장에서는 쏘카의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쏘카는 피어(비교)그룹으로 우버와 리프트, 그랩 등 10개 기업을 선정했는데, 대부분이 쏘카보다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또 롯데렌탈과 SK렌터카, 케이카 등 유사성이 높은 렌탈기업들이 비교그룹에서 빠진 것도 의아하다는 시선이 있었다. 쏘카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 자사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비교그룹에서 제외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고평가 논란에 대해 피어그룹 대비 쏘카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들 기업에 비해 쏘카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법인세 전 이익률을 보면, 그랩과 고투는 각각 -153.5%, -150.9%지만 쏘카는 -0.9% 수준이다"라며 "쏘카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유사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한 흑자기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구주 매출이 없고, 희망 밴드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를 마련했다"며 "FI(재무적투자자)와 SI(전략적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 결과가 남았지만, 박 대표의 판단은 지나친 낙관론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롯데렌탈의 경우에도 시총이 1조4000억원 수준인 상황에서, 이제 막 흑자전환을 시도하는 쏘카의 몸값이 9000억원~1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며 "우버 등 기업들과 비교를 해봐도, 공모가를 추가로 낮췄어도 쏘카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경제 긴축 기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안한 시장 속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대비 고평가됐다는 논란 영향이다"라며 "또 국내 렌터카 업체와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시장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쏘카는 공유전기자전거 서비스 일레클과 주차장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의 성장과 더불어 신사업인 차량관제시스템(FMS)서비스 확장으로 매출원의 다각화가 기대된다"며 "올 하반기에 카셰어링 부문 탑라인 성장에 따른 수익성과 데이터 활용을 통한 비용개선이 확인될 시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