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내 현안은 물론 외교·안보 정책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통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쓰이는 프롬프터(자막 노출기) 없이 연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논란과 여당인 국민의힘 내홍 등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해 아쉬움을 남겼다. 

기자회견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약 54분동안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앞서 약 20분 동안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폐기를 비롯해 한미정상회담과 폴란드 방산 수출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국민의 뜻을 살피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애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사 실패나 사적 채용 논란 등에 대한 사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같은 메시지는 없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게 흘러갔다. 

윤 대통령은 약 34분 동안 모두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강인선 대통령이 기자들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만큼,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프롬프터 없이 연단에 섰던 만큼 윤 대통령은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표정이나 목소리 톤은 일정했으나,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첫 질문은 30% 안팎으로 떨어진 국정 지지율에 대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과 정책과 과제들이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챙기고 검증하겠다”며 “인사쇄신은 민생을 받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국면전환이나 지지율 반등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방어적인 답변을 내놨다. 

또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양두구육’ 발언을 비롯해 여당의 내홍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체제 안전 보장’을 묻는 말에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도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 자산 매각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 없이 보상받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정 운영 지지율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무는 데 대해 어떻게 분석하는가?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적된 문제에 대해 국민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히 따져보겠다. 취임 후 당면한 현안들에 매진하면서 되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다만 이번 휴가를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 다 되짚어보면서 어떤 조직과 정책과 이런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다.”

▶ 국정 수행 부정평가가 상승하는 이유로 인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마련돼 있나?
“앞선 답변으로 제 생각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부터 다시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히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지 이런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부터 시작했습니다만, 그동안에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

▶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북한 쪽에 회담을 제의할 계획이 있는가? 북한이 체제 안정 보장을 요구할 경우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선거 과정에서부터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남북 정상이나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와 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돼서는 안 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겠다.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 지역에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원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이다.”

▶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할 경우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해 세력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나?
“NPT 체제가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전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확장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확장억제의 형태가 조금 변화될 수는 있겠지만, NPT 체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낼 생각이다.”

▶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도 상당히 부담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을 설득할 복안이 있나?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들이 많아 1:1로 설득해 지지를 끌어내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유치 과정에서의 감당 비용도 사우디가 우리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엑스포라고 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상품을 전 세계에 가장 효과적으로 광고하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해낼 역량과 인프라에 있어서는 우리가 사우디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확신한다. 엑스포 관계자들도 ‘한국이 늦게 시작했지만, 아직 시간이 1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뛰면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NATO에 가서도 양자 회담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적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일 관계가 발전되길 원한다고 했다. 과거사, 특히 강제징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양국 간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어떤 대화를 나눌 생각인가?

“강제징용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왔고 판결 채권자들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게 돼 있다. 다만 그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다.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 양보와 이해를 통해 원만하면서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어떻게 과거에 대해 정산을 할 수 있겠나. 세계 안보 상황에 비추어보더라도, 공급망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제 미래를 위해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됐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시작한 도어스테핑이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때의 심정은 어떠했으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할 계획인가?
“계속 도어스테핑 하겠다. 저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고 하면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가 중에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고 중단하라는 분도 있었다. 국민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 노동개혁이나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독일에서 사민당은 노동 개혁을 하다 17년이나 정권을 놓쳤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있어선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한 것이라고 본다.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이라고 하는 이 3대 개혁은 중장기 국가개혁이고 플랜이다. 이는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 사회가 초당적, 초정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산업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노동법 체계도 4차산업혁명 구조 아래서는 바뀌어야 한다. 노동의 공급도 결국은 기업과 산업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도 현실의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공급돼야 한다. 또 하나는 같은 노동을 하는데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분절이다. 노동에 대한 공정성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할 때 일시적으로 불이익을 입는 분들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도 포함돼야 한다.”

▶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사태에서 보듯이 일부 노조를 중심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법과 원칙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강 대 강 대결로 갈 수 있지 않나?
“산업현장에서의 노동 운동이 법의 범위를 넘어서서 불법적으로 강경투쟁화되는 것은 어떤 하나의 복안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관된 원칙을 예측할 수 있게 꾸준히 지켜가면서 그 문화가 정착돼 가면서 해결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법과 원칙이라고 하는 것을 노사 불문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법에 위반되는 일 발생했다고 즉각 공권력 투입으로 상황을 진압하는 것보다도 먼저 대화와 타협 시간 주고 그래도 이게 안 된다고 할 땐 법에 따라서 처리 할 수밖에 없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할 생각이 있나? 
“우크라이나는 국제법 위반 행위로 침략을 당한 국가로 정의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판단이다.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피해 회복, 인권의 복원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공격용 무기 내지는 군사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가 좀 어렵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른 시일 내에 그들의 자유를 회복하고 망가진 국가 자산을 다시 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생각이다.”

▶ 폭우 피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해결책이 있나?
“이번 기록적인 집중 호우 피해를 보면서 이분들에 대한 안전이 더 시급한 문제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공공임대주택도 어느 정도 여유분이 있다. 전세자금 금융지원 여력도 좀 있다. 이를 빨리 시행해서 향후 이런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보니 창틀이나 문을 과학적으로 설계하면 조금 더 안전을 지킬 수가 있어 지난번 중대본 회의에서도 제기했다. AI,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지류·하천 수계에 대한 모니터를 하겠다. 또 경보 시스템과 연동해 집중호우 시에 위험에 빠진 주민이 신속하게 안전 대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단 시급한 일이라 생각한다. 방수 저류시설들을 만드는 것은 그다음이다. 아울러 주거 대책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서 필요한 공공주택을 더 건설해 나가도록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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