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총회서 추인 못받을 수도...1400억 공사비 증액도 '대립'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최근 단지 내 상가 통매각 낙찰에 성공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증액된 1400억 공사비 검증과 상가 통매각과 관련해 조합원들간 내홍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 조합은 오는 29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상가 매각절차를 마무리짓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조합장 이모씨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은 '증액 공사비 관련 협상을 조합측이 방해하고 있고, 상가 매각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번 총회에 한바탕 격돌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매각 찬반 묻지도 않고 업체 결정하라니" vs "갈등 커지면 입주 지연"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가 132호실은 나라장터를 통해 1710억원을 제시한 성공한집에 1749억원에 낙찰됐지만 이번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추인을 받지 못하면 매각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상가 매각이 총회가 아닌 대의원회의를 거쳐 결정됐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조합은 조합원을 대표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을 선정해 총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 및 총회의결로 정한 예산의 범위내에서의 용역계약 등 조합 사무를 처리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정관 변경이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시공자 선정에 관한 사항 등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대의원회가 의결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4.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대법원 2013.5.23. 선고 2010다64112 판결 등 참조).

정비업계 관련자는 "흔히 조합 추인을 얻는 조건으로 매각하기도 한다"며 "다만 조합이 이번 총회에서 매각 관련해 조합원들의 추인을 얻지 못할 경우 매각은 무효가 되고, 조합은 낙찰 업체에게 손배배상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합 내에서는 고속터미널역과 인접하고 대단지 아파트 내에 위치한 알짜 상가를 너무 싸게 매각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일괄매각이 조합에 이익인지 손해인지, 시작 입찰가격 1744억원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조합원들에게 아무런 자료나 설명없이 깜깜이로 결정됐다는 것이 불만의 핵심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감정평가사인 가온감정평가법인과 삼창감정평가법인은 상반기 해당 상가 시세를 각각 1800억원, 1760억원 정도로 평가한 바 있다"며 "이런 자료 검토 없이 가격을 산정했다는 조합은 배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관련해 이미 조합을 배임으로 고소했고,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총회를 앞두고 조합측이 서면결의서(왼쪽 사진). 7호 안건 의사표시란 안에는 거의 식별이 힘들만큼 흐릿한 글자로 왼쪽칸에는 (주)성공한 집, 오른쪽칸에는 (주)트라씨티디아이라고 씌여있다. 1~6호 안건은 찬성, 반대라고 인쇄돼 있다. 3호 안건은 부조합장 해임에 관련한 건이다. 지난 20일 조합에서 보낸 장문의 문자(오른쪽 사진)에는 서면결의서 관련 '업체명이 약간 희미하게 인쇄'돼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언급과 함께 '일괄매각에 반대하시는 조합원은 기표란에 반대라고 적으셔도 됩니다'라고 안내돼 있다. 사진=원베일리 조합원 제공
총회를 앞두고 조합측이 서면결의서(왼쪽 사진). 7호 안건 의사표시란 안에는 거의 식별이 힘들만큼 흐릿한 글자로 왼쪽칸에는 (주)성공한 집, 오른쪽칸에는 (주)트라씨티디아이라고 씌여있다. 1~6호 안건은 찬성, 반대라고 인쇄돼 있다. 3호 안건은 부조합장 해임에 관련한 건이다. 지난 20일 조합에서 보낸 장문의 문자(오른쪽 사진)에는 서면결의서 관련 '업체명이 약간 희미하게 인쇄'돼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언급과 함께 '일괄매각에 반대하시는 조합원은 기표란에 반대라고 적으셔도 됩니다'라고 안내돼 있다. 사진=원베일리 조합원 제공

29일 조합원 총회에서 뒤늦게라도 통매각 관련 찬반 여부를 물어야 하는데 총회를 앞두고 온 서면결의서에 찬반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입찰한 2업체 중 어떤 업체를 선택할지에 대한 투표지만 온 점도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민원이 빗발치자 조합측은 '매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투표지에 반대한다'라고 써서 내라고 장문의 문자 끝에 몇 줄 넣어 보냈더라"며 "누가 제대로 확인이나 하겠나"라고 혀를 찼다. 

부조합장 "공사비 검증해야" vs 조합 "둔촌주공 꼴 난다"

상가 매각뿐 아니라 공사비 검증 관련해서도 잡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4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았다. 커뮤니티 시설 추가, 마감재 고급화 등에 따른 청구였다. 이와 관련 부조합장 이모씨가 공사비 내역을 검증해 삼성물산측과 협상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모씨는 국내 대형건설사 현장소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부조합장 이모씨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증액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된 부분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액 공사비 일부분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조합은 이모씨의 해임을 29일 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20일 조합원들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내 '부조합장이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고 있어 공사중단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제2의 둔촌주공 사태와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 이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조합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알렸다. 

이에 이모씨는 "(조합은) 삼성물산과의 협의는 조합장을 통해서만 하라며 협상을 방해해 왔다"며 "공사비 증액을 막는다는 이유로 해임하려 한다"고 조합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측은 입주가 몇년씩 늦어질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말로 조합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공기는 삼성물산이 지켜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둔촌주공과 상황이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지는 조합 직원을 통해 조합장 김모씨에게 관련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조합원들은 올 초 이루어진 조합장 선거가 선거관리 규정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조합장 김모씨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한편 삼성물산측은 "현재 공사 중단 계획은 없다"며 "이번 상가 매각이 무산돼도 공사 진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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