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에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도입 건의
연임 도전 여부 '침묵' 속 광폭 행보에는 반응 싸늘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임기 만료를 두달 여 앞두고 금융투자업계 안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 3년 간 회원사를 위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은 나 회장이 너무 뒤늦게 업계 현안을 챙기는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재철 회장은 지난 1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금융안정특별대출은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언제든 한은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여신 제도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19 사태 직후 이 제도를 시행했다.

나 회장은 이 총재에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회사채 시장 내 소외당하는 A등급 회사채의 원할한 유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이외에도 나 회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만나 시장 안정화 대책을 건의했고, 이에 앞서서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증권시장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나 회장이 금투업계를 위한 행보를 강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올 12월 진행될 제 6대 금투협회장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2019년 76.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금투협회장에 당선된 나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 종료된다. 협회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차기 금투협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현재 금투협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한 후보는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가나다순) 등 5명이다.

협회장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 회장은 아직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나 회장은 협회장 당선 소감에서 "연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나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임 의사가 없다면 이를 사전에 밝혔을 것인데,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연임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나 회장이 연임 도전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나 회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재임 기간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았고, 회원사들과의 소통에서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나 회장이 그동안 회원사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금투협이 관 출신 회장이 많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과 비교해 힘이 약한 것은 인정하지만, 적극적인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3년 동안 나 회장이 업계를 대변해 먼저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금투협을 안정적으로 이끈 부분은 인정하지만, 회원사 입장에서는 금투협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나 회장의 취임 초창기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심화되면서 회원사들과의 접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현재 수시로 금융당국과 만나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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