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시점보다 4~5%p 많아
[데일리한국 김택수 기자] 올해 4분기 현재 아파트 하락 거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보다 더 많은 하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1일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올해 4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는 1만5540건으로 이 중 5% 이상 대폭 하락한 건수는 5863건(37.7%)을 기록했다. 1~5% 소폭 하락 건수 2440건을 합치면 53.4%로 하락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은 하락 거래 비중이 더 높다. 올해 4분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322건이며 이 중 5% 넘게 내려 거래된 건수는 166건(51.6%)이다. 1% 넘게 내린 하락 거래를 더하면 65.5%로 3건 중 2건은 가격을 낮춘 거래다. 서울은 실거래 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하락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어섰다.
직방 관계자는 "전국과 서울 모두 5% 이상 대폭 하락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시점은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8년 4분기였다"서 "올해 4분기는 과거 최고치보다도 4~5%포인트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세 하락으로 아파트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희망 가격 괴리가 커짐에 따라 역대 최저 수준의 거래 가뭄도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상승 거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울은 직전 대비 5% 이상 상승 거래 비율이 4분기 현재 1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단지 내 동일 면적이라도 리모델링 여부, 층과 방향에 따라 가격 편차가 있을 수 있고 이 부분이 통제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에서 동일 조건 아파트의 상승 거래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수준일 것으로 직방은 해석했다.
수도권과 세종시, 전국 광역시도 하락 거래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전, 세종, 대구의 하락 거래 비율이 높았다. 직방은 "수도권과 대전, 세종은 최근 2030 세대의 매수세가 강했던 지역이고, 청년층은 주택 매수 시 상대적으로 자기 자산보다 대출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 하반기 들어 전국 아파트 거래절벽 속에서 급매가 아니면 거래되지 않는 하락 거래가 심화되고 있다"며 "2008년 말에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단기적 충격을 일부 해소했으나 현재는 여전히 높은 물가, 미국 기준금리와의 역전 등으로 오히려 지속적 금리 인상이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푸는 등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높은 주택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하락 거래 위주의 현 시장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