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경우 전기차 공장 건설 등 미국 내 투자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16일 연합뉴스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은 IRA로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거친 질문이다”면서도 "우리 회사가 계속 주시해야 할 경제적 결정은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버트 후드 부사장은 “지금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계속 늘려야 (전기차) 공장을 짓고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며 "판매가 늘지 않는다면 조지아 공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진지하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HMGMA는 기아 조지아 공장과 별개로 전기차 생산을 담당하는 새 시설로, 1183만㎡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이는 급격히 성장하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동시에 IRA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 8월 통과된 IRA에는 미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미국 내 공장서 생산된 전기차일 것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된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후드 부사장은 “조지아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여기엔 고용 및 생산 목표 등에 대한 법적 의무가 따른다”며 “만약 우리가 그 수치들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인건비와 생산비 등을 고려했을 때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면 경제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물류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 유리해서다.
후드 부사장은 “다수의 행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IRA 관련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이미 공장 기공식을 열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원했던 투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몇 년 동안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