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중고차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상급 매물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연말 들어 판매와 매입 모두 얼어붙었다. 법정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이자율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2월 중고차 할부 금리는 19%대까지 치솟았다. 불과 1분기 만에 5~8%P 이상 올랐다.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한 수치다. 통상 중고차는 신차보다 담보 가치가 적고, 금융 계약에 중고차 판매사의 중개가 들어가 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신차 할부 금리 역시 12월 들어 7~10%로 연초 대비 2~3배 수준이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거래가 감소, 시세 하락도 감지된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중고차 시세는 국산차 30만~100만원, 수입차 100만~200만원 떨어졌다. 비교적 중고차 거래가 활발한 제네시스 G80,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K7 등 인기 차종들도 거래 플랫폼에 따라 5~8%대 감소세를 보였다.
중고차 업계에선 매물 확보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재고 확보에 필요한 대출이 줄어서다. 중고차 사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캐피털사의 재고금융이 연초 80~90%던 것이 50~60%로 축소됐다. 재고금융은 사업자가 중고차 매물을 구매할 때 차 값 대비 받을 수 있는 대출 비율이다.
한 중고차 매매상사 관계자는 “중고차는 차를 파는 것 이상으로 양질의 매물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금을 일으키기 너무 힘든 상황이다”며 “중형 세단 이상 중고차는 할부 거래가 활발했던 편인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문의 자체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체력이 떨어진 중고차 업계는 2023년이 걱정이다. 내년부터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해서다.
지난 4월 중소기업벤처부는 사업조정 심의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1~4월 각각 월 5000대 이내로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5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2024년 기준 8.8%로 시장 점유율을 자체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산차 상급 매물을 제조사가 독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퍼져 있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관계처럼 제조사와 금융사의 연계도 기존 업체들에겐 부담이다.
국산차 관계자는 “중고차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여론이 대세였다”며 “특히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정비 네트워크를 활용한 품질관리나 금융 계열사를 통한 자금 운용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