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니켈 가격 3개월 새 40% 이상 급등…리튬은 하락
韓 삼원계 원가 부담↑… 中 LFP 주도권 강해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가격 경쟁력 약화에 직면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 추이가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과 비교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국제 니켈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t당 3만1200달러(약 4000만원)로 최근 3개월 새 40% 넘게 급등,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3만달러 선을 넘어섰다. 반면 국제 리튬 가격은 ㎏당 474.5위안(약 8만7000원)으로 최근 2개월 새 20% 가까이 떨어졌다.

니켈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광물로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개선되고 전기차 주행거리 등에 이점이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광물이다. 지난해 니켈을 비롯해 코발트, 망간 등 주요 배터리 광물 가격이 떨어질 때 리튬 가격은 홀로 치솟았지만 연말부터 가격 곡선이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켈 가격 상승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원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리튬 가격 하락은 중국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 함량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왔지만 중국 기업들은 니켈이 함유되지 않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전기차에 탑재될 때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기 위해 무게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제조원가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최근 전기차 시장 화두인 화재 가능성을 다소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변동까지 더해져 LFP와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은 통상적으로 2~3개월 이후부터 판매 가격에 반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에 집중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성능 효율에 유리한 삼원계 배터리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게 악재다.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이미 2020년부터 일부 차종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그 비중을 늘려왔다. 이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현대자동차, 리비안 등도 LFP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삼원계 배터리 비중은 약 60%에 달했지만 2024년부터 LFP가 삼원계 배터리를 추월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LFP 생산에서 중국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은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활발한 합작을 통해 해외 생산거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강화해 왔지만 중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내수 수요를 엎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집계 기준 지난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11.9%포인트(p) 상승한 60.5%를 기록했고, 국내 3사 합계 점유율은 23.1%로 전년 대비 7.4%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BYD에게 추월당해 3위로 내려갔다.

국내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중국 난징 공장을 LFP 제조 설비로 전환하며 SK온도 고객사 요청에 따라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SDI는 LFP 대신 고가의 양극재 재료인 코발트를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하이망간’ 배터리로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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