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여력과 생산수율 문제 조명
LG엔솔·SK온 “아직 확정된 것 아냐” 

SK온 미국 조지아주 2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2공장 전경. 사진=SK온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SK온이 미국 포드 자동차 등과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공장 투자가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SK온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 합작공장 건립을 추친,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3월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MOU를 맺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2025년 연산 30~4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관련 세부 계획 논의에 진전이 없어 3자 합작 자체가 철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포드가 대안으로 SK온 대신 다른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과 관련 협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협력 관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전기차에 대한 배터리 공급을 늘리기 위해 폴란드 공장 생산라인 규모를 기존의 2배로 증설하기로 하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의 미국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현지 공장을 신설하고 헝가리 공장을 증설하는 등 글로벌 공급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튀르키예 공장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럽에서 완성차 업체와 진행하는 첫 합작 사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SK온과 포드, 코치그룹의 튀르키예 합작 추진에 제동이 걸린 배경으로 수율 문제와 자금 조달 문제 등을 꼽는다.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는 비교적 신생 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생산 노하우를 통한 수율 확보가 공급 경쟁력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에 공격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를 꾀하는 포드의 기대치에 SK온의 생산 수율이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통상 공장 가동 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수율이 안정화되기까지는 4~5년이 걸린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 1·2공장,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중국 옌청 1·2공장 등을 가동 중인데 이 중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코마롬 2공장과 조지아주 1공장, 옌청 2공장 등에서의 수율이 안정화되지 못했고 해외 공장 수율은 70~8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일찍 시장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폴란드 공장 가동 후 2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수율 약 90%의 양산성을 확보하는 등 운영 노하우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글로벌 10대 완성차 기업 중 8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자금 조달 여력의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1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2000억원에 달하는 외부 자금 조달에 성공했으며 선제적인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통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수주 잔고가 37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업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SK온은 금융시장 침체 영향으로 IPO 계획을 2026년으로 미루는 등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었으며 지난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재무적투자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총 2조8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데 그쳤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00조원대의 견조한 수준을 달성했지만 시설투자 확대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석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율의 경우 숙련 인력 파견 등을 통해 끌어올리고 있으며 투자자금도 합작 비율 등을 통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추진이 이어지는 것을 봐도 SK온의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튀르키예 공장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는 합작사 간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온 측은 “(튀르키예 합작공장 건은) 확정된 것이 없으며 MOU는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이며 LG에너지솔루션 측도 포드와의 합작 논의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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