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1%포인트 낮은 금리 제시해 자금이탈 가속화
RP 등 단기차입 자금으로는 유동성 문제 해결 못해 고심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자산이 지난해 연말 약 3조원 이상 감소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9월 기준 이미 보험사 운용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도가능·만기보유채권이 5% 넘게 줄었고, 이로 인해 기타포괄이익과 운용자산도 감소했다. 결국,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롯데손보 퇴직연금 자산이 약 3조원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연말 만기 퇴직연금 금리로 5.15%를 제시했지만, 손보업계 평균 금리 6~7%에 훨씬 못미쳤다. 금리 경쟁이 가열되면서 업권 내·외가 제시한 금리보다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시한 것이다. 결국, 롯데손보가 제시한 금리에 시장이 만족하지 못하면서 자금 이탈이 일시에 생겼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퇴직연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유동성 암초에 부딪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단기차입 한도를 늘렸지만,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 단기차입(환매조건부채권·RP)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일시 자금이탈로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길어야 1분기까지 3개월 간 유동성 문제를 방지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RP는 만기가 1~3개월로 짧기 때문이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 2019년 JKL파트너스가 인수했을 당시 규모는 7조707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은 2020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2021년 9월에는 6조621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퇴직연금을 강화하면서 퇴직연금은 9조2386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롯데계열사 외 퇴직연금 증가가 이끌었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은 30.8%로 6.8%포인트 감소한 반면, 롯데계열사 외 퇴직연금은 69.2%로 6.8% 증가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하며 롯데그룹 퇴직연금을 5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이탈한 퇴직연금 자산은 대부분 롯데계열사 이외의 물량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다. 총부채 대비 퇴직연금 부채가 50% 이상(한국신용평가, 2022년 2분기 기준)인 유일한 보험사다. 유동성비율도 121%로 손해보험업계 단순평균 182% 대비 낮다. 유동성비율은 지급보험금 대비 3개월 이내에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비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조건부자본증권 등 자본성 채권 추가 발행으로 이자비용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자산운용 재원 감소와 투자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손보의 매도가능채권은 1조3122억원, 만기보유채권은 3조6215억원으로 매도·만기채권은 4조9337억원을 보유했다. 2021년에는 매도가능채권 2조6747억원, 만기보유채권 2조5283억원으로 매도·만기채권은 5조2031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운용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도가능·만기보유채권이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로 인해 채권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포괄손익과 투자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9월 기준 투자영업이익은 1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2328억원 대비 무려 42.4%나 감소했다. 또 기타포괄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이익은 114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또 롯데손보의 지난해 9월 책임준비금은 7조6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고, 순이익은 548억원으로 67.4%나 줄었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RP 등 단기차입 자금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결국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줄고 이자비용은 커지면서 롯데손보의 이익체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