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지난번 인상 의견 4명
전기·가스·수도 폭등에 인플레이션 지속…추가 상승 전망
파월 의장 "기준금리 올리겠다"…시장, 현 수준 동결 관측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준금리 동결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5%를 상회하는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정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사상 첫 7연속 인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주요 배경이다.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위원 6명 중 인상 의견을 낸 위원은 4명이었다. 다른 2명은 금리를 현 수준(3.25%)으로 동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물가에 대해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인상 의견이었던 위원들은 현재 의 고물가가 안정화되기엔 이르다고 봤다. 반면 반면 동결 주장을 냈던 위원들은 고물가 상황은 맞지만, 물가 상승압력이 점체 완화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시장에선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5.2% 뛰었다. 지난해 5월 5.4%를 기록한 이후 9개월 연속 5%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소폭 낮아졌으나 전기·가스·수도가 1년 만에 28.3%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기·가스·수도 사용료의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5%대 고물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줄곧 고물가 대응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25~4.5%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8연속 인상 결정으로, 연준은 6월, 7월, 9월, 11월 사상 최초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2월엔 0.5%포인트 올리며 상승폭을 줄였고, 이번에도 0.25%포인트 올리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라고 밝혔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25%포인트(상단 기준)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금리가 이달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목표수준(2%)를 상회하는 물가에도, 경기둔화와 신용위험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는 1~2명의 금리인상 소수의견과 함께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기자회견은 통화정책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다소 매파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