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1심서 대웅에 승소…"400억 배상"
대웅제약 "무리한 결론…즉시 항소할 것"

대웅제약 본사 전경(왼쪽), 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각사 제공
대웅제약 본사 전경(왼쪽), 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각사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 원료인 균주의 출처 관련 1심 소송에서 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은 오판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 두 회사간 이어져온 악연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으며, 해당 균주를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독소 제제의 폐기를 명했다. 또한, 메디톡스에 40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 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한 제조공정은 대웅제약이 불법 취득한 제조공정에 기초해 개발한 것이라며, 독자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 개발 기록 등을 근거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에 메디톡스는 “명확한 판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무리한 결론”이라면서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라면서 “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예정으로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항소의 뜻을 밝힘에 따라 두 회사간의 소송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됐다. 양사 모두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한편, 두 회사의 악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사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 2019년에는 메디톡스와 당시 파트너사 엘러간이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소송도 냈다.

형사 소송은 지난해 2월 법원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리면서 사실상 대웅제약의 승리로 끝났고, 미국 ITC 행정소송은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이 인정되면서 메디톡스의 승리로 끝났다. 다만, ITC 소송은 대웅제약측과 메디톡스측이 합의에 이르면서 일단락됐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매출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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