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K-ICS(킥스)로 평가되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새 제도 도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킥스 경과조치 적용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19개의 생명·손해보험사가 경과조치 적용 신청을 했다.

경과조치는 킥스 수치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신규위험액 등 측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조치인데, 적용 보험사들은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며, 주주배당도 제한된다.

보험업계에서는 경과조치 신청으로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각 보험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 따르면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ABL생명, IBK연금보험 등 생명보험사 약 12곳과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악사(AXA)손해보험, 재보험사 스코르(SCOR) 등 손해보험사 7곳이 킥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했다.

올해부터 IFRS17을 보험사에 적용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RBC 비율에서 킥스 비율로 변경됐다. 킥스 산출 방법은 기존 RBC와 마찬가지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에 내재된 리스크인 요구자본을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가용자본을 보유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킥스에서는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의 해지·사업비는 물론 고령화·대재해 등 최근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추가돼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가용자본 확대가 필요해졌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게 지난해 말 기준 킥스 계량역량평가서를 제출받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킥스 기준 건전성 미달 기준인 100% 미만이 예상되는 보험사를 상대로 경과조치 신청을 받았고, 경과조치 적용이 승인된 보험사들에겐 이달 중 통보된다.

경과조치는 킥스 수치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신규위험액 등의 측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조치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킥스 도입으로 강화된 건전성 기준을 한꺼번에 인식하지 않고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경과조치 적용 보험사는 금감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주주배당도 제한된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해당 보험사의 과거 5년간 평균의 50% 중 큰 값을 넘길 수 없도록 제한된다.

국내 보험사의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이 35% 안팎임을 고려하면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은 사실상 20%대 배당성향을 나타낼 수 없는 셈이다. 배당이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배당성향을 제한한 것인데, 만약 배당 기준을 초과하면, 경과조치 잔여기간도 줄어든다. 다만 성과급은 예외다.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한 생보사 중에는 교보생명, 농협생명 등 대형사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중소형사들만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했다. 또 생보사 중에는 상장사가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은 반면, 손보사 중에는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 등 상장사들이 포함돼 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의 건전성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킥스 도입으로 건전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도 있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건전성이 크게 나쁘지 않아도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 경과조치 신청을 한 곳도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보험사의 경우 경과조치를 신청할 경우 건전성이 나쁘다는 평가와 함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경과조치가 적용되면 배당 기대가 낮아지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과조치 신청이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각 보험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경과조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