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달 말 열리는 KT 주주총회에 대표 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윤경림 대표 후보자를 놓고 투표가 진행된다. 주요주주와 소액주주의 각기 다른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31일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은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과정을 거쳐 열린다. 대표이사 후보를 뽑아 놓고 두 번이나 처음으로 되돌려 후보를 다시 뽑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임기를 2년 남긴 사외이사가 사임하고, 새로 내정된 사외이사 후보가 이틀 만에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권 교체기마다 이어진 CEO들의 잔혹사가 이번에도 재현된 양상이다. 매번 진통을 겪는 까닭은 KT의 타고난 성향인 탓도 있다. 국가 기간통신망을 담당하는데다, 내수를 중심으로 정부 규제를 강하게 받다보니 민간기업임에도 사실상 공기업 취급을 받는 등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가 KT 대표로 선임되는 것이 정책적으로 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 선임 과정에서 생긴 말썽도 여권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담긴 인사를 채워 넣으려 무리수를 던진 영향으로 본다. KT가 엄연히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이지만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한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 없는 회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종 후보는 KT 내부인사로 선출됐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35%)은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에도 KT 대표 선임 절차 초기 당시 구현모 현 대표를 선임한 KT 이사회 결정에 반대한 국민연금이다. 이 또한 여권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을 따라 2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7.79%)과 3대주주인 신한은행(5.48%) 등 주요 주주들 역시 모두 윤 후보자에게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 10일 KT측에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하며 윤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눈치를 보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결국 약 57%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관건이다. 주주들은 지난 1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사전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자투표는 주총 전날인 오는 30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KT의 지난해 전자투표 참여율은 19.3%다. 2021년 4.34%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KT소액주주 1300여명이 모인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에는 “단합된 힘을 보여주자”, “개인주주의 목소리를 내자” 등의 내용이 담긴 전자투표 인증글이 잇따르고 있다. 윤 후보자가 재임기간 KT 주가를 끌어올린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을 계승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소액주주들이 사전투표에 힘을 싣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윤 후보자가 소액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정당국이 윤 후보자를 겨누고 있어서다. 검찰이 윤 후보자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 여론전에서 악재로 작용하면 소액주주들의 응집력이 약해질 수 있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선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