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롤스로이스는 자동차가 아닌 럭셔리 산업에 속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우리 관심 분야가 아닙니다. 롤스로이스는 고객에게 설득력을 갖춘 진정한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비스포크에 관해서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 어떤 브랜드도 롤스로이스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가 방한했다.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 한 한국을 점검하고, 한국 고객들의 이야기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인터뷰 전날인 이달 21일 한국 고객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토스텐 CEO는 “어느 지역에 방문하든 항상 고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차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어떤 마인드로 생활하는지, 어떤 동기로 롤스로이스를 구매했는지 알아가는 건 언제나 큰 영감을 준다“며 “한국 고객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는 제가 가진 이 직업의 큰 혜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2022년은 롤스로이스 역사에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된 한 해로 평가된다. 118년 브랜드 역사상 연 판매 6000대를 최초로 넘어섰고, 모든 차를 맞춤식(비스포크)으로 제작하는 만큼 매출 면에서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234대의 롤스로이스가 판매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중요 시장으로 부상했다. 2004년 개장한 롤스로이스모터카 서울 전시장은 현재 글로벌 5대 딜러 안에 들만큼 성장했다. 토스텐 CEO가 올 1분기 한국 방문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높은 성장세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토스텐 CEO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신중한 관리 및 계획, 이익에 대한 변함없는 집중, 그리고 헤리티지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으로 브랜드를 재창조한 결과”라며 “또 하나의 비결은 ‘경청’이다. 지난 20년간 고객의 취향과 요구 사항에 귀 기울이며 고유의 독점성과 희소성은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결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실제로 확인한 바 있다. 롤스로이스 고객들에게 경제 상황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올해 전망도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며 “하지만 우리는 판매량을 쫓지 않는다.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것은 초호화, 맞춤형 제품의 완벽한 품질”이라고 덧붙였다.

롤스로이스를 대변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비스포크’다. 전 세계에 걸쳐 똑같은 롤스로이스 차량이 단 한 대도 없다는 것은 회사의 큰 자부심이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비스포크와 관련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토스텐 CEO는 “한국에서도 비스포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오직 한국만을 위한, 서울의 밤에서 영감을 얻은 ‘루시드 나이트 에디션’을 공개한 것이 바로 그 증거”라며 “한국 고객은 더욱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현재 한국 고객에게 인도되는 모든 롤스로이스는 페인트, 컬러, 인테리어, 소재 등의 조합으로 똑같은 차는 한 대도 없다”고 답했다.

롤스로이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두바이에 이어 두번째로 올해 한국에 ‘프라이빗 오피스’를 개장할 예정이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는 방문객이 비스포크 디자이너 및 비스포크 고객 경험 매니저와 함께 자신의 차량을 제작하는 데 참여할 수 있고, 영국 굿우드와 영상 연결을 통해 실시간으로 디자인 및 제작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올해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최초로 순수 전기차 ‘스펙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스펙터를 필두로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채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을 관통하는 전동화 흐름에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도 동참하는 셈이다. 스펙터에는 중국 CATL과 함께 한국 삼성 SDI의 배터리가 탑재돼 럭셔리 시장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롤스로이스 스펙터.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 스펙터.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스펙터는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될 전망이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6월 중순경 한국에서 스펙터 실차 전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스펙터를 계약한 고객이 많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토스텐 CEO는 “스펙터 역시 완벽한 롤스로이스 차량이다. 스펙터 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지켜온 대전제는 ‘롤스로이스가 우선, 전기차는 그 다음(Rolls-Royce First, Electric car Second)’이다”며 “스펙터를 포함한 모든 롤스로이스는 수월하고(effortless) 조용해야 하며(quiet), 강력하면서도(powerful) 우아해야 한다(graceful). 그리고 스펙터는 모든 측면에서 기대 이상이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차 시대와 달리 전기차 시대에서는 퍼블릭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제조 과정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토스텐 CEO는 “롤스로이스의 승차감과 정숙성을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스펙터에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한 승차감(Magic Carpet Ride)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기술(럭셔리 아키텍처, 플래이너 서스펜션 시스템, 차세대 에어 서스편션 등)이 적용됐다”며 “여기에 스펙터에 탑재된 700㎏ 무게의 배터리는 도로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뿐 아니라 흡음재 역할도 수행한다”고 답했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 롤스로이스모터카 CEO.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인터뷰 말미 토스텐 CEO는 롤스로이스 브랜드가 보다 젊고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3년 전 취임 당시 글로벌 롤스로이스 구매 고객의 평균 연령은 56세였지만, 현재는 42세로 ‘영 브랜드’의 대명사인 미니(MINI)보다 낮다는 것. 과거 쇼퍼 드리븐(기사가 운전하는 차) 위주의 라인업도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오너 드리븐) 차종으로 확대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롤스로이스가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덜 의존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롤스로이스 고객 대부분은 다양한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드리븐 성향의 운전자들이거든요. 롤스로이스는 단지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가 아닙니다. 레이스(Wraith나 던(Dawn), 블랙 배지(Black Badge) 모델을 경험해보신다면 롤스로이스에 대한 선입견을 깨끗이 씻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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