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채권 전문가 83%, 유지 전망
"한은, 4%대 소비자물가-13개월째 무역적자 고려할 듯"
증권가 3.50% 유지 전망 대부분…"인상의견, 소수" 관측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이번 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론'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보인 반면, 그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정한다. 시장에선 일찌감치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지난 2월에 이은 2연속 동결이다.
동결론이 부각되는 배경엔 물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7월 6.3% 이후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던 물가의 경로와도 부합한다. 이 총재는 3월부터 4%대로 안정되고, 올해 말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년여 간의 이어졌던 금리 인상의 결과로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동결론에 힘을 싣는다. 관세청이 내놓은 '수출입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1월(-125억달러), 2월(-53억달러)과 비교해 폭은 개선되고 있지만 13개월째 무역적자를 못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채권 전문가 10명 중 8명(83%)은 이를 토대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전(66%)보다 높아진 수준으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는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국내 물가 둔화세도 가시화되며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언급했다.
증권사에서도 동결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에서 3.50%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낮아진 만큼, 4월 금통위부터는 국내 경기에 보다 초점을 맞출 시기로 판단한다. 예상보다 부진한 국내 경기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데, 금통위도 이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보다는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OPEC+ 감산은 유가 급등 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에 대한 경계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금통위가 매파적인 성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연준발 긴축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고,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 요인으로 지목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내외로 등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2.40원(0.18%) 낮아진 1316.70원에 장을 끝냈다. 최근 큰 등락없이 1290원 후반~1300원 초반에서 오르내리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환율쏠림이 발생하거나 불확실성이 커지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금리인상과 맞물려 나오는 원화절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임 연구원은 이와 함께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다"라며 "은행의 유동성 경생 우려 완화에도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의 단기자금 시장엔 연준의 3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도시장에도 연내 한 차례의 금리인하를 반영하는 등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