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지 조달 쉽지 않아"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차그룹이 GV70 전동화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교체할 가능성이 산업계에서 제기됐다. 미국 판매분을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배터리 원산지 조건을 맞추지 못해 미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올해 기준 혜택 대상 전기차는 미국 4개 브랜드가 생산하는 전기차 16종(중복차종 제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산은 물론 독일, 일본 등의 제품은 모두 제외됐다. 테슬라 모델Y 등도 리스트에서 빠졌다.

IRA 세부 지침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는 차량에만 각각 3750달러(한화 약 495만원)씩, 총 7500달러(약 990만원)의 혜택을 준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최소 50% 이상 사용할 경우 3750달러,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핵심광물을 최소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미국서 판매하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SK온이 공급하는 배터리가 배터리셀까지 중국에서 만들고, 이후 한국에서 후공정을 거쳐 GV70에 탑재된다. 따라서 GV70 전동화 모델은 IPA의 ‘핵심광물’ 항목을 충족하지 못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SK온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GV70에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조지아 공장의 경우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주문량이 생산량을 웃도는 데다, 지난해 4분기 가동에 돌입한 2공장의 공정률이 아직 정상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미시간주 등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지만, GM 등에 납품하는 물량이 많아 현대차에 추가 공급할 여력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차분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IRA 지침 발표 전부터 세액공제 제외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예상했던 결과라는 것. 회사측은 원산지 규정과 무관하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등 상업용 판매 비중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IRA 발효 후 현대차그룹이 북미 내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렸다”며 “올해도 월 2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상업용 판매에) 더 집중하면서 현지 생산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IRA에) 대응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재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RA 세부지침에 따라 7500달러(한화 약 990만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캐딜락 리릭, 쉐보레 볼트·실버라도· 블레이저·이쿼녹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PHEV, 포드 F-150 라이트닝·에비에이터 PHEV,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모델Y(AWD, 롱레인지 AWD, 퍼포먼스) 등이다.

절반인 3750달러(약 495만원) 세액공제 대상은 포드 E-트랜짓·머스탱 마하-E·이스케이프 PHEV·콜세어 PHEV, 지프 랭글러 PHEV·그랜드체로키 PHEV,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RWD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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