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는 뉴스케일, 제작은 두산에너빌리티...국제분업 추진
두산에너빌리티, 개발비용·세액공제·수출금융 지원 요청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 위탁생산전문업체(Foundry, 이하 파운드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팹리스와 반대로 설계와 기술개발을 배제하고 제조에 치중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8일 최형두 의원(국민의힘) 주최로 개최된 ‘글로벌 SMR 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자력계는 한국 SMR 파운드리와 관련된 토론을 벌였다.
SMR 파운드리를 청사진으로 제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술기업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하고 있고, 미국 원자로 AP-1000 제작과 국산 원자로 APR-1400을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또 경남 창원 공장을 중심으로 협력사들과 원전 주기기를 제작·납품한 배경이 있다.
토론회에선 SMR 파운드리와 관련한 국내 환경이 거론됐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SMR의 전력생산비용이 MWh당 89달러로 여전히 높고 △초기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에 저개발국가 설치가 어렵고 △보급이 늘수록 안전관리 능력도 비례해야하며 △미국이 핵비확산정책을 취하고 있어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파운드리 운영을 하려면 SMR을 모듈화해 수출해야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데 수출 대상 국가의 환경규제나 인허가 제도에 맞춰야 원활한 SMR 수출이 가능하다.
이날 SMR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도 있었다.
한수원 경영관리본부장과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본부 경영고문을 역임한 윤종근 전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뉴스케일이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2029년 SMR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과연 실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며 “SMR도 확실히 하겠다는 투자의지를 가진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기업이 인재확보를 위해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다보니 모든 클러스터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어 전남과 경남 창원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SMR 파운드리 산업이 지방기업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SMR 파운드리 산업이 원전업계에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도 집중 토론했다.
기존 대형 원전의 경우 건설토목 공사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는데 반해 △SMR은 중공업 비중이 크게 늘어나며 △SMR 파운드리가 설계, 기술, 제조 간 국제분업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보다 민간기업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1기 착공 후 추가 건설에 10년 정도 기다려야하는데 SMR은 태양광처럼 매년 보급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러한 점은 제조업 부흥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동욱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SMR은 기기 종류가 단순해 소품종 다량 생산으로 기업에 이익을 돌려준다”며 “연속 공정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처럼 SMR도 매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시장확장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파운드리 사업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지원을 요청했다.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는 “경남 창원공장에 한국 최초의 SMR 제작공장이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 전문기업으로 설계도를 주면 SMR 모듈을 제작하는 파운드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과 원자로에 대한 이해가 있고 제조 경험이 많으며 △SMR 제작기간 단축을 위한 금속분말 제조기술과 전자빔 용접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만큼 미국과 영국처럼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파운드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에 개발비용과 세액공제 지원을 요청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SMR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노충식 경남테크노파크 원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에 출자한만큼 파운드리 밸류체인 확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의 팹리스 기업에 지분출자를 단행해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안전을 위해 설비투자를 단행한 원전 밸브 제조기업이 납품을 몇개 하지 못해 사업과 기술을 접은 사례가 있다”면서 SMR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송상우 한국재료연구원 접합기술연구실장은 “SMR이 정부의 예비타당성평가(예타)를 통과해 올해부터 개발되는데 아쉽게도 소재 분야가 빠져 있어 경남도청에서 따로 진행한다”며 “SMR 파운드리는 제조와 소재·부품·장비 등 투트랙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최형두 의원은 SMR 제정법안을 마련한 경험을 소개하며 SMR 파운드리 산업의 필요성에 대해 재삼 강조했다.
최 의원은 “기존 대형 원전이 대규모 초기투자 비용과 오랜 건설 기간,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 문제로 신규 수요가 제한적인 데 반해 SMR은 원자로의 크기를 줄여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입지문제가 자유롭다”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 에너지는 국가 경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국민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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