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강 씨와 피고 3인, 관계사에서 628억 빼돌려" 의혹
회계 담당자 A씨 사무실 이전, 자금 업무·권한 등 집중 질의
관계사 대표 C씨 "강 씨에게 빗썸계좌 빌려줘…난 실무직원"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 씨가 지난 2월 횡령·배임 의혹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 씨가 지난 2월 횡령·배임 의혹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빗썸 실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강종현 씨의 배임·횡령 혐의와 관련한 증인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재판에서 채택된 증인은 총 34명이다. 재판부는 강 씨 등 피고 4인의 관계, 배임·횡령 가담 정도와 행태를 세세히 파악하기 위에 30명이 넘는 증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일마다 2~3명을 불러 증언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24일 열린 제5차 공판기일에서는 강 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3인 중 관계사 회계 담당자 A씨의 업무, 권한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당우증 부장판사)는 이날 강 씨 등 피고인 4인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공판을 가졌다. 이 자리엔 빗썸 관계사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전 증거(CCTV 등)를 없앤 혐의로 구속된 버킷스튜디오 임원 B씨와 또 다른 관계사 대표 C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강 씨, 피고인들이 지난 2020년부터 빗썸 관계사에서 총 628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21년엔 빗썸 관계사에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후 호재성 정보로 주가를 띄우는 '사기적 부정거래'로 3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저가에 양도하는 배임행위로 32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강 씨 등 피고인 4인은 지난달 첫번째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검찰과 피고 측 변호인은 먼저 버킷스튜디오 임원 B씨에게 회계 담당자 A씨와의 연관성, 횡령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진 작년 9월 A씨가 사무실을 이전한 연유를 각각 물었다.

B씨는 A씨와는 일상적인 대화만 나눴으며 버킷스튜디오의 학동 사옥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있지만 정확한 소속은 모른다고 답했다. 또 A씨가 비상장사의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무실을 이전한 경위를 묻는 A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는 B씨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면서도, 변호인이 "비상장사를 담당하고 있어, 상장사(버킷스튜디오) 사옥에 있는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생각한건가"라고 재차 묻자 "그렇다"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해 10월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다시 옮긴 사실을 아냐는 검찰의 앞선 질문엔 "모른다"라고 했다. 이 무렵 검찰은 경영진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버킷스튜디오를 비롯한 인바이오젠, 비덴트 등 빗썸 관련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최대주주며, 인바이오젠은 비덴트의 최대주주다. 버킷스튜디오는 인바이오젠의 최대주주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사무실 이전이 강 씨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으나 B씨는 "기억이 안난다"라고 답했다. 

빗썸의 또 다른 관계사 대표 C씨에게 검찰, 변호인단은 △강 씨와의 관계 △회계 담당자 A씨의 업무, 권한에 대해 질의했다. C씨는 증언 내내 자신은 관계사 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소유주는 강 씨였으며, 본인은 실무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CB 발행과 관련해서도 C씨는 강 씨의 별도 지시를 받은 일이 없으며, 버킷스튜디오의 유상증자, 자신이 대표로 있는 관계사와 제3의 관계사와 이뤄졌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C씨는 또 자신은 강 씨에게 증권계좌와 빗썸 계정을 빌려줬을 뿐, 주식·코인 거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자신 명의의 농협계좌에서 수십억원이 빗썸 계정으로 이체됐다는 것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A씨의 업무·권한에 대에 대해 C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관계사의 법인자금을 A씨가 관리했으며, 자신은 '영업 쪽 일'을 했기 때문에 실제 자금 집행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A씨가 강 씨의 지시를 받아 회계업무를 수행했다고 보면 되냐는 변호인 측 질문엔 "그렇다"라고도 했다. 

검찰 1차 조사 전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와 만났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C씨의 진술이 명확치 않았다. 검찰은 C씨가 이 자리에서 검찰 1차 조사 시 해야 할 답변에 대해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처음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와 스쳐 지나가며 만났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공판 막바지 변호사 사무실 내부 회의실에서 만난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C씨는 A씨와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를 만났다고 했고 강 씨와는 변호사 사무실 입구에서 만나 짧게 대화했다고 말했다. 

강 씨와 피고인 3인의 공판은 약 2시간 진행됐다. 추후 공판 출석 예정 증인은 30여명으로, 재판은 이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전개되겠다. 또 재판부가 증인을 추가할 것을 예고하면서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날 공판에 출석한 증인들이 핵심 질의에 대해 "기억이 안난다"라며 얼버무리거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때론 불분명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예정된 증인신문, 판결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30명이 넘는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는 이번 재판을 두고 "사건 관련자들이 많다고 판단되면 여러 명의 증인이 채택되기도 하지만 (증인이) 34명까지 되는 건 드문 케이스다"라고 했다. 

한편, 강 씨와 피고인 3인의 '관계사 횡령·배임 혐의' 6차 공판은 다음달 14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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