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올들어서도 수차례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이는 양사 합병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기업결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투자자 등에게 총수로서의 각오와 이해를 재차 다지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중국, 영국, 호주 등 11개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완료·종결했으며, 최종 심사 완료까지 미국, EU, 일본 등 3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은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선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EU가 기업결합 후 경쟁감소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심사보고서를 발표한데 이어 미국 법무부까지 시장 독점에 대한 대책을 요구, 합병을 막기위한 소송까지 진행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 조원태 회장 “기업결합 성사시킬것, 끝까지 밀고 나간다”
조원태 회장은 여전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이달 5일(현지시간) 국제항공운송협회 연례 총회 참석차 방문한 튀르키에 이스탄불에서 미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진행, “현재 양사 합병에 100% 올인하고 있다”면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 “합병 성공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함께, 부정적인 분위기를 불식시키기에 나섰다.
조 회장은 “기본적으로 미국·유럽·일본은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며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선 조 회장이 양사 기업결합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에 대해 시의적절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총수가 대한한공의 합병 의지와 관련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투자자 등에게 안심과 이해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총수가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번 합병이 중장기적으로 대한항공에 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하나의 국적항공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숙원사업이었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인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합병 후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키울 경우, 심사과정에서 슬롯과 노선 양보 등 손해본 것도 만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선 조 회장이 올해 최대 경영 목표를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잡은 만큼, 기업결합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2023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들이 흔들림없이 소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항공업계 전체가 위축되고 우리의 활동 입지 또한 타격을 받는다”며 “대한민국 경제가 인체라면 항공업은 온 몸에 산소를 실어 보내는 동맥 역할을 하는 기간산업”이라고 대한항공 일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도 따로 기업결합을 언급,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완료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의 원활한 인수와 성공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 기업결합, 정부도 적극 나서야
대한항공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했다. 당초 1년안에 심사를 마무리 해야하는 허가가 3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도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라는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상설 운영 중이며, 국내·외 로펌, 경제분석 전문업체와 계약해 각국의 경쟁당국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만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기업결합이 대한항공의 의지 여부를 떠나 당국의 의사결정과 이해관계도 일부영향을 받은만큼 정부도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것.
앞서 지난 2020년 관계부처는 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추진한 바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결합 허가가 나오려면 대한항공이 협상을 잘해야 하지만,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장거리노선 독점 등을 우려하고 있는 EU 경쟁당국에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서 우려를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심사에 필요한 지원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필요한 지원은 다하고 있다"며 “특히 EU와 미국 경쟁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쟁당국에 국내외 소비자의 보호 방안 및 항공 운임 모니터링·서비스 품질 모니터링 등 독과점 방지를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는 심사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일 뿐, 대한항공의 독과점 해결 방안과 별개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정부의 기업결합과 관련된 공식입장은 경쟁당국의 정부와 연결된 외교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대한항공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경쟁당국에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만 전달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문길 교수는 “정부가 대한항공을 직접적으로 지원해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할 필요는 없지만 공식입장을 경쟁당국에 전달할 경우, 대한항공의 독과점 대책에 공신력도 생기고 심사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아시아나 인수포기 시 산업은행 ‘곤란’
대한항공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엔 정부는 물론, 양사 기업결합에 투자금을 지원한 산업은행 역시 곤란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공적자금만 3조60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대규모 공적자금을 회수할 만한 수단이 없게 된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최대한 빨리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대한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기준 총부채는 12조 8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산은은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투자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획을 지원했다. 현재 산은은 8000억원을 투자해 10.58%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10.58%의 지분 처리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0년 당시 산은은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앞세운 3자연합(조현아·사모펀드KCGI·반도건설)과 한진칼 지분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할 당시, 지분을 사들여 ‘부당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만 지켜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지난달 12일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직접 조원태 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미 법무부와 협상을 하는 등 대한항공 기업결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 측도 "합병 무산 등의 대책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안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