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프랑스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았던 재계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번엔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베트남은 미국‧중국과 함께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경제인들이 윤 대통령과 동행한 것은 투자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베트남과의 투자 협력 결과물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22∼24일)에는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프랑스를 찾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에 더해 신동빈 롯데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도 베트남 현지에서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재계 총수들은 베트남이 그간 국내 기업과 밀접한 경제협력을 이어온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더욱 긴밀한 관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투자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있다.
재계 총수들이 ‘민간 외교관’로서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에서의 4차 프레젠테이션(PT) 과정에 재계 총수들이 공조를 펼치며 상당한 표심을 끌어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베트남을 향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도 동남아에 위치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 확대가 엑스포 유치로 이어진다면 실질적으로 큰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엑스포 유치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최대 60조원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도 추가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효성을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이재용 회장의 단골 출장지다. 매년 찾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시기도 불과 6개월 전이다.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하노이 소재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럴 만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양의 절반이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생산법인 6개와 판매법인, R&D 센터를 운영 중이어서 이 회장이 추가 투자 협력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조현준 회장의 베트남 사랑도 이 회장 못지않다.
효성은 베트남에 총 6개의 법인을 운영하며 타이어 보강재와 스판덱스, 에어백 원사 등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베트남 신사업을 총괄하는 ‘Team VICTORIA’(팀 빅토리아) 조직을 꾸려 신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탄소섬유 생산 시설의 설립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첫 법인 설립 지역인 동나이 등의 주요 공장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방산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동안 베트남이 주 무기 교역국으로 삼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적인 외톨이가 되자 새로운 방산 교역 상대를 찾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수출 품목은 한화의 K9자주포와 KAI의 수리온이 꼽힌다. 한화의 방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의 수출 영토를 동유럽에서 아시아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에서 잇따라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낸 KAI 역시 적극 영업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블루오션이라기보다는 레드오션에 가깝기 때문에 신규 투자보다는 현안 점검과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