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美 유명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 오픈
쉐이크쉑·슈퍼두퍼와 함께 3사간 경쟁 주목돼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가 강남대로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거리 하나를 두고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으면서 강남대로를 사이에 둔 수제버거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2016년 국내 론칭돼 수제버거 붐을 이끈 쉐이크쉑과 신흥 강자 슈퍼두퍼·파이브가이즈. 강남대로 버거대전의 승자를 가늠해보기 위해 직접 각 매장을 찾아 대표 메뉴를 맛봤다.
◇슈퍼두퍼, 담백·촉촉함 한 번에…가성비 ‘으뜸’
종합적인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슈퍼두퍼였다. 지난 1일 찾은 슈퍼두퍼 매장은 주말이라 그런지 상당히 붐비고 있었다.
오픈 특수를 누리는 파이브가이즈 만큼은 아니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낯선 사람과 테이블을 쉐어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이 가능했고, 3사 중 유일하게 세트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본 슈퍼 싱글버거와 감자튀김에 볼로네즈 소스를 가미한 ‘슈퍼 프라이즈’, 탄산 음료로 구성된 샌프란 세트를 주문했다.
슈퍼 싱글버거는 bhc가 내세우는 ‘쥬이시’가 들어간 만큼 육즙과 채소 수분으로 아삭하고 촉촉했다. 마요네즈 등 소스의 향도 강하지 않아 원재료의 맛도 담백하게 잘 느껴졌다.
이들을 잘 조화시킨 것은 두툼한 두께의 빵으로 생각됐다. 슈퍼두퍼의 빵은 타사 대비 가장 두꺼운 편이었는데 이로 인해 상당히 쥬이시함에도 수분이 빵 바깥으로는 잘 빠져나오지 않아 먹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감자튀김은 호불호가 갈릴 듯 했다. 볼로네즈 소스와 감자튀김의 조합이 기자의 입에는 맛지 않아서 일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스가 범벅된 채로 제공되다보니 프라이가 눅눅해져 식감도 아쉬웠다.
가격면에서는 3사 중 가장 저렴한 편이었다. 슈퍼두퍼는 경쟁사 중 유일하게 세트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버거와 감자튀김, 탄산 음료로 구성된 샌프란 세트의 경우 가장 기본인 ‘슈퍼 싱글 버거’ 기준으로 1만48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다만 음료를 쉐이크로 변경하면 조금 가격이 올라간다.
◇파이브가이즈, 양이나 맛이나 ‘투 머치’…편의성·가격 아쉬워
파이브가이즈는 음식의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편의성이나 가격 부분이 아쉬웠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달 26일 오픈 이후 오픈 특수를 누리며 시식을 원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1일 12시경 찾은 파이브가이즈 매장은 이미 당일 웨이팅 등록은 마감된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평일에는 보통 1시경에 웨이팅이 마감되는데, 오픈 후 첫 주말이라 이날은 이례적으로 11시 반 전에 이미 1000번 이상 웨이팅이 모두 마감됐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오전 9시에 다시 방문해 웨이팅을 등록했다. 받은 대기 번호는 223번. 11시 오픈 이후 약 2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1시 반쯤 입장할 수 있었다. 1시간에 약 80번 정도의 대기 번호가 빠지는 것 같았다.
햄버거는 햄버거와 치즈버거, 베이컨 버거, 베이컨 치즈버거 등 4종 뿐이지만, 토핑이 15가지나 제공돼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처럼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할 수 있다.
첫 방문인 만큼 기본 햄버거에 인기 토핑을 세트메뉴로 만든 ‘올더웨이’ 옵션, 프렌치프라이 작은 사이즈, 솔티드 카라멜 쉐이크를 주문했다.
양 손에 들었을 때부터 묵직함이 느껴졌던 햄버거는 포장지를 걷어내자 압도적인 비쥬얼을 자랑했다. 빵 사이에 끼어있는 두툼한 직화패티 2장은 햄버거를 조금이라도 강하게 잡아들면 튀어나올 듯 했다.
풍부한 육즙의 패티가 2장이나 제공돼 한입 베어물 때 마다 입가 주변으로 육즙과 소스 등이 묻어 먹을 때 상당히 곤란했다. 소스도 상당히 꾸덕한 편이어서 간을 미국에 비해 약하게 했다고 해도 먹을 때 전체적으로 부담스러웠다.
가장 기대했던 감자튀김은 땅콩기름으로 튀겨서 인지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감자튀김 자체는 간이 센 편은 아니었고 가장 작은 사이즈를 시켰음에도 햄버거와 같이 다 먹지는 못할 수준으로 양이 푸짐했다. 감자튀김 자체로만 따지면 3사 중 가장 맘에 들었다.
단점은 긴 대기줄과 고객 편의였다. 이제 막 오픈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키오스크와 진동벨, 휴대폰 알림 등 디지털 요소가 전무한 매장엔 직원들의 목소리로 너무 혼잡했다. 쟁반도 따로 제공되지 않아 제공된 종이봉지를 쟁반 대신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도 불편했다.
특히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햄버거 가격만 따져도 가장 저렴한 버거가 1만3400원에 달한다. 흔히 먹는 ‘햄버거+감튀+음료’ 조합은 3만원에 육박해 타사 대비 50% 이상 비쌌다.
슈퍼두퍼나 쉐이크쉑에 대비해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30대 초 남성이 혼자 다 못 먹을 정도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쉐이크쉑, 전반적으로 무난…크링클컷 감튀 '겉바속촉'
2016년 첫 론칭 당시만 해도 수제버거 붐을 일으켰던 쉐이크쉑은 이제는 익숙해서 일까 경쟁사에 비해 더 이상 특출난 강점이 보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쉐이크쉑은 매장 인테리어부터 햄버거의 맛까지 모든 부분이 파이브가이즈와 정 반대였다.
파이브가이즈는 빨간색의 메인 컬러와 강렬한 록 음악 등으로 매장 전체에서 터프한 느낌을 받았다면, 쉐이크쉑은 초록색을 메인 컬러로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에서 산뜻함이 느껴졌다.
음식은 좋게 말하면 담백했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한 맛이었다. 강렬한 고기의 불맛보다는 예쁜 색감의 채소들의 맛이 잘 느껴졌다. 꾸덕한 수제버거를 원한다면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버거를 선호한다면 입맛에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감자튀김은 경쟁사 중 유일하게 크링클컷으로 제공돼 포슬포슬한 느낌을 살렸다. 딱 적당한 수준으로 튀겨져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의 식감이 느껴졌다.
쉐이크는 우유 향이 짙어 이를 꺼린다면 차라리 탄산 음료가 더 깔끔한 조합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가격 역시 햄버거, 감튀, 쉐이크 조합 기준 19700원으로 2만원에 육박해 큰 메리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