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文정부시절 기후환경에너지부 겨냥 조직규모 키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환경부 수량·수질 업무 분리 추진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에너지·물 정책을 일원화해 수행하는 ‘기후변화에너지부’로 거듭나려던 환경부의 꿈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여당 수뇌부가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책임을 환경부 탓으로 돌리며 수량 관리 업무 분리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환경부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부 에너지 정책도 타부처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일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로 일원화된 수질·수량 관리 업무에서 수량 관리 기능을 국토부로 재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송 의원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체계적인 수량 관리로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T)과 결합한 수량 관리에 관한 입법도 곧 추진할 예정이다.
송 의원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환경부에 수질 관리 업무만 남기고 수량 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옮겨 지류·지천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의 입법안은 오송지하차도 참사 직후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대응 정책과 결을 같이 한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변화된 기후환경에 걸맞는 국가재난시스템 재정비를 요구하며 환경부의 물관리 기능 일부를 국토부로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명부 정부가 4대강에 보를 설치해 치수에 나섰듯, 국민의힘은 지류·지천의 원활한 정비를 위해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이름만 바꿨을 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의 복사판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하천 준설 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회복력(Resilence) 강화를 정책의 목표로 설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송 의원은 “한반도는 노년기 지형이기 때문에 하천에 계속 퇴적물이 쌓여 준설 작업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며 준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다 근원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한 요구와 관련해선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정보통신기술(IT)과 수량 관리가 접목된 입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의 실현 방안으로 국토디지털트윈, 디지털SOC를 제안해서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여당 수뇌부의 정부조직개편 방침에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수량 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에너지업무도 타 부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환경에너지부'로의 발돋움이라는 꿈이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환경, 에너지를 한데 묶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선 영국정부의 사례를 참조한 조직이다. ‘기후환경에너지부’라는 개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로 개칭했지만, 영연방의 일원인 호주는 기후변화에너지부가 여전히 있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물 관리 일원화뿐만 아니라 산업부 소관 업무였던 해상풍력 인허가권, 국토부 소관의 댐 수상태양광 사업도 이관받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당장 에너지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상황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관할하는 해상풍력사업에 해수부도 참여의사를 밝히며 에너지업무를 둘러싼 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어서다. 해수부는 해상풍력에 대한 어민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면서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과 해상풍력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여권 수뇌부의 방침대로라면 환경부 업무가 축소되고 그만큼 기후변화에너지부 실현에서 멀어질 것이란 게 환경부의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