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 출마 길 열어준 것…법도 상식도 도의도 없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정부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기업 총수 등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것에 대해 야당이 “사면권의 남용”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사면 대상자에는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등 과거 비리로 처벌받았던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 12명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 정치인‧공직자 7명도 대상에 포함됐다.

 

◇ 민주당 “특별사면권, 권력 아닌 국민 보살필 책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에 대해 “사면권의 남용인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이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먼저 김 전 구청장 사면과 관련해 “정치적 갈등 해소라는 명목으로 김 전 구청장을 원심 확정 3개월 만에 사면 복권 시켜줬다. 출마의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라며 “이렇게 사법부를 무시했던 대통령은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의 사면에 대해서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권 대변인은 “부패한 기업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없나”라며 “윤 대통령의 눈에는 부패한 기업인들이 재기해야 할 약자로 보이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사법행정이 보듬지 못한 국민을 보살필 책임이다. 이번 특별사면 어디에도 대통령의 그런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봉건군주의 시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정의당 “공금 횡령자 사면이 경제활성화인가?”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특사에 대해 “돈 있는 자에겐 죄도 없다는 ‘재벌사면’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횡령, 배임을 저지른 재벌 회장들을 줄사면 해놓고 총리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취지’라고 말한다”며 “공금 횡령자들을 사면하는 게 경제 활성화라니, 그 논리라면 동네 슈퍼 도둑질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 불러야겠다”고 비꼬았다.

이어 이 대변인은 “한 총리가 말한 서민들에게 드리고자 했다는 희망이란, 재벌이 되면 처벌도 안 받는다는 희망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그런 건 희망이 아니라 서민을 향한 고문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 전 구청장에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선 “이번 사면으로 본인의 귀책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본인이 다시 나올 수 있는 대명천지에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며 “윤석열 정부 하에선 법의 상식도 정치의 도의도 일절 통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8.15 특사는 가진 자들에게 물어야 할 마땅한 죄도 묻지 않겠다는 ‘재벌 민원 처리 사면’이자, ‘정쟁용 꼼수 사면’”이라며 “불의를 사면하여 정의를 구속한 이번 광복절 특사,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진보당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벌 총수 특권 사면과 사법부 무력화 김태우 사면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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