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1위는 녹십자…1062억원 지출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대형 제약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를 이어나갔다. 신약 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R&D비용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 등 국내 매출 상위 5대 제약사의 올해 상반기 R&D비용 합계는 45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4% 늘었다.
이들 제약사 중 상반기 R&D에 돈을 가장 많이 쓴 제약사는 녹십자다. 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R&D에 1062억원을 썼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9.4% 늘어난 금액이다.
투자를 늘리면서 R&D비용이 녹십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0.6%에서 올 상반기 13.6%로 3%포인트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희귀질환 후보물질을 인수하면서 비용이 늘어났다. 녹십자는 지난 2월 미국 신약 개발업체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와 자산양수도 계약을 맺고, 희귀 혈액응고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을 3개 인수했다.
이 중 희귀 혈액응고 장애 질환 치료제 ‘MarzAA’는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
대웅제약도 올해 상반기에만 R&D에 1000억원 이상을 썼다. 대웅제약의 올해 상반기 R&D비용은 10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확대됐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클루’에 이어 올해 5월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를 출시하며 2년 연속 신약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신약 후보물질 15종을 R&D 핵심 영역으로 발굴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암·자가면역·대사·섬유증 분야에서 ‘글로벌 톱20’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다는 목표다.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한미약품도 R&D 투자를 지난해 대비 확대했다.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R&D비용은 9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7% 늘었다. R&D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13%로 1%포인트 커졌다.
특히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 석박사급 연구인력 모집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한미약품는 올해 상반기에만 연구인력을 46명 신규채용했다. 연구인력 규모는 6월 기준 630명으로 5대 제약사 중 가장 많다.
주요 파이프라인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한미약품의 R&D 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8일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바 있다.
유한양행도 올해 상반기 R&D비용이 8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 늘었다. R&D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다.
유한양행도 연구인력 충원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 유한양행의 연구인력은 404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59명 늘었다.
유한양행은 폐암신약 ‘렉라자’ 개발에 성공한 뒤 제2의 렉라자를 찾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신약개발사인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YH35324’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5대 제약사 중 R&D비용이 유일하게 줄었다. 종근당의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다.
종근당의 R&D 비용 감소는 신약 후보물질 효율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종근당은 효용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 코로나19 차료제 ‘나파벨탄’, 특발성 폐섬유화증 신약 후보물질 ‘CKD-506’,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 ‘CKD-516’ 등의 개발을 중단했다.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개발에서 신약개발로 성장동력 전략을 수정하면서 향후에도 R&D 투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제조해 몸집을 불려왔다면 몇 년 전부터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