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SK와 롯데가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시장 성장과 함께 떠오르는 동박 수요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 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는 최근 독일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의 첫 전기차용 이차전지 양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동박 전량을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바르타의 증설에 따른 추가 수요를 고려해 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도 협의 중이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 만든 막으로 이차전지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2021년 26만5000톤이던 동박 수요가 2025년 74만8000톤으로 연평균 4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18년 1조원 남짓에 불과했던 동박 시장 규모는 2025년 10조원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1887년 설립된 바르타는 일차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왔으며 최근 독일 정부 등으로부터 3억유로 이상의 투자를 확보해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을 진행 중이며 이번 계약으로 SK넥실리스 동박을 확보해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앞서 올해 2월 SK넥실리스는 유럽 최대 이차전지 제조사 노스볼트와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이번 바르타와의 단독 공급 계약으로 유럽 시장 내 중장기 동박 수요에 대한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
SK넥실리스는 현재 건설 중인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할 물량에 대한 수요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물량을 중장기 계약 기반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동박 생산능력을 2026년 연산 25만톤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정읍공장을 연산 5만2000톤 규모로 확장한데 이어 올 하반기 연산 5만톤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지난해 연간 5만톤 규모 폴란드 공장을 착공했고 북미 추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특히 SK넥실리스는 전기차의 빠른 속도와 가혹한 공정 조건을 견딜 수 있는 강도와 내열성 등을 강화한 동박 제품을 공급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바르타에 공급되는 동박도 일반 제품 대비 40% 이상 높은 인장강도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출범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2025년까지 스페인에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하고 유럽 하이엔드 동박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7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에 총 56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톤 규모의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 부지정지작업을 하반기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내년까지 2만5000톤 규모의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기로 계획했으나 유럽 현지 고객사의 수요를 감안해 생산물량을 3만톤으로 확대하고 2025년 완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조정했다. 올해 3월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미래 비전과 핵심 성장전략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 쿠칭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스마트팩토리가 들어설 스페인 부지는 총면적 44만 400㎡로 10만톤의 하이엔드 동박 생산라인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이번 투자는 1단계 3만톤 증설 프로젝트며 향후 단계별 추가 증설을 고려해 인프라 선행 투자와 함께 태양광 발전용 부지 약 50만㎡를 확보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폭스바겐 그룹을 중심으로 스페인을 유럽 전기자동차 허브로 구축하는 총 700억유로의 초대형 프로젝트 ‘퓨처: 패스트 포워드(F3)’ 컨소시엄에 국내 유일의 배터리 소재사로 포함되면서 협지 협업과 잠재적 고객사 확보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6만톤의 동박을 국내 익산(2만톤)과 말레이시아(4만톤)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 완공되는 말레이시아 2만톤과 2025년 완공 계획인 스페인 3만t 외에 말레이시아, 스페인, 북미 등에서 도합 13만톤을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연간 동박 생산량 24만톤,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 이상은 국내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넥실리스가 점유율 약 22%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약 13% 점유율로 4위에 있다. 2,3위는 중국 왓슨(19%)과 대만 창춘(18%)이다.
현재 동박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공급 과잉으로 마진율이 부진한 상태다. 올해 2분기 SK넥실리스의 동박 사업 실적은 매출 1796억원, 영업이익 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98.6% 감소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같은 기간 매출은 1982억원으로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94% 줄었다.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동박 사업 마진율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수요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돼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넥실리스는 지난 9일 SKC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말레이시아 공장 상업화가 예정돼 있어 전략 고객 중심으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엔 판매량을 50% 정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