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공법 적용 확대...제조 시간 극적으로 단축
비용 상승·디자인 단순화 지적도  

테슬라 공장에 설치된 기가프레스 장비. 사진=테슬라 제공
테슬라 공장에 설치된 기가프레스 장비. 사진=테슬라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테슬라가 도입한 차체 생산 혁신 기술에 한국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 등이 속속 동참한다. 자동차 차체를 철판을 용접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철판을 큰 틀(Die)로 찍어 만드는(casting) 공법이 확대될 전망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프리몬트 공장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 등에서 18기 이상의 ‘기가 프레스’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기가 프레스’란 이름에 걸맞게 설비 무게만 400톤 이상이며, 전용 공장을 별도로 건설해 운용 중이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기가 프레스’ 공법을 양산차에 적용, 현재 모델3와 모델Y 등 주력 차량의 생산에 해당 공법을 활용한다.

테슬라 모델3 차체 구조 투시도.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모델3 차체 구조 투시도.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는 특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철판을 거대한 주물틀(Die)에 넣고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찍어 차체를 만든다. 차체의 상당부분을 하나의 철판으로 만들기 때문에 용접, 접착, 코팅, 방청 등 작업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테슬라 중국 공장의 경우 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2분에 불과하다. 또, 테슬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생산품질(단차)도 ‘기가 프레스’ 도입 후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경우 이달 12일 2023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하이퍼 캐스팅’ 도입을 공식화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기존 완성차 제조 중심의 국내공장을 중장기 미래사업 핵심 제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사 미래 동반 성장을 위한 특별 협약’을 마련했는데, 주요 내용 중 하나가 테슬라와 유사한 차체 생산 공정을 국내 공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양측은 전동화 전환과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바디를 확대 적용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첨단 대형 다이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인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이퍼 캐스팅’은 명칭만 다를뿐 테슬라의 ‘기가 프레스’과 동일한 공법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특허청에 ‘하이퍼 캐스팅’이라는 명칭으로 상표권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2023년말까지 하이퍼 캐스팅 설비를 갖춘 공장을 설립할 부지를 확정, 2024년 착공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양산 시점은 2026년으로 예고했다. 

(왼쪽부터) 토요타, AE86 기반 배터리전기차 및 수소차. 사진=토요타 제공
(왼쪽부터) 토요타, AE86 기반 배터리전기차 및 수소차. 사진=토요타 제공

토요타는 지난 6월 캐스팅 공법 도입을 발표했다. 토요타는 2026년 양산 예정인 신형 전기차 플랫폼의 전후면 섀시를 캐스팅 공법으로 만들 계획이다. 토요타는 발표 당시 캐스팅 방식으로 만든 섀시 실물도 공개했는데, 86개의 부품을 33단계에 걸쳐 조립했던 후면 섀시를 테슬라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단 하나의 부품으로 통합에 성공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와 토요타 외에도 폭스바겐이나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캐스팅 공법을 적용했거나 2~3년 내 도입을 시사함에 따라 자동차 차체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캐스팅 공법이 만능은 아니라며 개선이 필요한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자동차 구매 및 정비에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사진=테슬라 제공
테슬라 사이버 트럭. 사진=테슬라 제공

차체를 캐스팅 공법으로 만들면 커다란 자동차 섀시가 하나 혹은 소수의 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일부만 손상돼도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여기에 주조틀의 현실적인 내구도를 고려했을 때 차 한 대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차 값 인상 압력이 커진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카플레이션(자동차와 물가인상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심각한 상황에서 캐스팅 공법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보다 자동차 디자인이 단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가 캐스팅 공법의 특성 상 자동차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테슬라 전기차의 디자인이 출시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며 “디자인이 신차 구매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시장 환경 상 캐스팅 공법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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