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교보생명 약진에 GA 채널 인스 등 추진
대기업 영업 독과점에 중·소형사는 생존 위기

삼성·한화·교보생명. 사진=각 사.
삼성·한화·교보생명. 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을 확장한 한화생명과 전속설계사 강화로 안정적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가파른 성장세에 긴장하고 있다. 그간 채널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 전쟁'에서 서서히 밀렸던 삼성생명도 GA와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반격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삼성생명이 추가로 영업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생명보험사 '빅3(삼성·한화·교보)'의 영업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선 세 회사의 이번 경쟁으로 인해 중·소형사의 입지가 더 줄어들면서 영업 독과점이 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GA와의 M&A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한국보험금융 산하 CS라이프, 에이플러스에셋 등 다양한 GA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생명은 영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으로 우량 GA 인수나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GA 인수를 통해 설계사 조직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그동안 생명보험 업계 최대 규모의 전속설계사 채널을 유지해 왔다.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2만3734명이고 이는 전체 생보사 전속설계사의 40%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대리점 설계사 수까지 포함하면 삼성생명 영업조직 설계사 수는 2만9968명이다.

만약 삼성생명이 앞서 언급된 GA 인수에 성공한다면 전속 설계사 수가 3만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영업 경쟁을 펼쳐왔던 타 보험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계에 GA 채널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대면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GA 인수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투자유치계약 체결식에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끝),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이경근 대표이사(왼쪽 두번째)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이강행 부회장(오른쪽 끝), 한투PE 김민규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째)가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한화생명.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투자유치계약 체결식에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끝),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이경근 대표이사(왼쪽 두번째)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이강행 부회장(오른쪽 끝), 한투PE 김민규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째)가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한화생명.

◇ 라이벌 추격에 GA 채널 확장

그간 생명보험 업계 최대 규모의 전속설계사 채널을 유지해 왔던 삼성생명이 GA 채널을 확장하려는 이면에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라이벌 생명보험사들의 급격한 성장세가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대형 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영업채널을 대폭 확장했다. 올 상반기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2만1307명. 피플라이프(4050명)와 한화라이프랩(2210명)까지 포함하면 총 2만7000명을 넘는다. 삼성생명이 자랑했던 설계사 조직과 맞먹는 수치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 6조5855억원을 거뒀고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인 보험계약마진(CSM)은 10조11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5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제판분리 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판매에 주력할 수 있는 영업 인프라 조성과 조직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 역시 전속설계사 중심의 판매 전략을 고수 중이다. 경쟁적인 설계사 영입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불완전판매 등 고객 피해를 전속설계사 위주의 질적 판매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기준 1만3622명의 설계사를 보유 중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약진으로 인해 변화의 중요성을 느낀 삼성생명은 영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GA 채널 확대에 나설 조짐을 보인 만큼 내년에 대규모로 사업비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국 영업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대형사 쏠림 현상에 중·소형사 고민 깊어진다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까지 GA 인수를 통한 설계사 조직 확장에 나서면서 생보 시장 영업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업황 악화에 영업 독과점이 심화되면 중·소형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해당 보험사들이 영업에 크게 밀리면서 회사 매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실제 올해 한 대형 보험사는 설계사들에게 월 10만원 상당의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하면 1회 50만원에 상당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책(인센티브)을 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영업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단 것인데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러한 시책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인력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중소형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크단 얘기다.  

또 계속되고 있는 업황 악화는 중·소형사와 대형보험사와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내년 생보업계의 보장성 보험의 초회보험료는 올해 대비 16.8%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장성 보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영업 독과점에 들어가면 중·소형사의 수익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영업을 중·소형사들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업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중·소형사들은 과도한 투자보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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