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기간 1년 지나면 한국도 HVDC 선도국”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천km 떨어진 지역에서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이 국산화됐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력, 효성그룹 등이 10년 걸려 완성한 이 기술은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육지에도 설치돼 전력망 운영 효율을 높일 전망이다. R&D 과제를 총괄한 산업통상자원부 직류송배전시스템추진단 유동욱 단장을 10일 만났다.
유 단장은 “전압형 HVDC를 순수 국산화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첫마디를 장식했다. 한 마디의 말이었지만 그간의 노고가 느껴졌다. 그는 “한전, 효성그룹, 중소중견기업, 전기연구원, 전자연구원, 전자기술연구원 모두 참여해 부품의 인증시험도 모두 거쳤다"며 "변환소 건물도 완공해 내년 초부터 실증 운전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VDC는 수천km 떨어진 지역에서도 큰 손실없이 전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설비다. 가령 중국의 경우 서쪽 끝인 신장 위구르 지역의 수력발전 전기를 동쪽 끝인 상하이에서 소비할 수 있다. 전력손실이 큰 기존 송전기술로 할 수 없는 원거리 송전을 실현하는 기술이 HVDC다.
HVDC엔 전류형과 전압형이 있는데, 전압형은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HVDC는 제주~진도에 1,2호기가 설치돼 있고, 3호기가 현재 설치 중이다. 각 250MW 소용량으로 1,2호기는 육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제주도에 송전하기 위한 단방향 전류형 HVDC이고, 3호기는 양방향 송전이 가능한 전압형 HVDC다. 세계 최고의 전력기업인 ABB가 설치하고 있다.
ABB는 1995년 세계최초로 HVDC 기술을 선뵀다. 한국엔 2015년 한전이 프랑스 알스톰과 KAPES를 설립해 전류형 HVDC 기술을 익혔다. 같은 시기에 효성중공업은 전압형 HVDC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 단장이 전압형 HVDC 개발에 뛰어든 것은 이보다 1~2년 앞선다.
유 단장은 “산업부 직류송배전시스템추진단을 2013년 12월부터 준비해 2014년 2월 발족했다”며 “내년 초부터 1년 정도 실증운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압형 HVDC가 도입되면 송전사업의 많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전이 추진하는 신안과 서남해상풍력발전의 전기를 수도권 인근으로 끌어오거나, 울산에 위치한 신한울 3·4호기가 생산한 전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큰 손실없이 끌어올 수 있다.
유 단장은 “전압형 HVDC 기술이 확보되면 수도권의 고장전류나 과부하, 조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추후 수도권 주변뿐만 아니라 2032년 이후 한전이 추진하는 서해안 해상풍력사업, 서화성 변전소 인근 용인에 생기는 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데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단장에 따르면 현재 개발된 전압형 HVDC의 용량은 200MW 정도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2~3GW까지 확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카본프리아일랜드(CFI)2030을 추진하는 제주도에 설치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에 설치되면 이때까지 육지로부터 전력을 받아만왔던 제주도가 전력을 육지에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유 단장은 국산 전압형 HVDC의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READY4DC’ 이름 하에 글로벌 21개 제조사들이 모여 전압형 HVDC의 표준화 운영방안을 마련해 EU~아프리카를 잇는 송전선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에너지부(DOE)도 해상풍력발전단지와 뉴욕~조지아주를 잇는 백본 전력망을 개발할 때 전압형 HVDC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유 단장이 전압형 HVDC를 개발할 때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제어시스템이다. 현지 사정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야하기 때문에 손이 더 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발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제어시스템(C&P, Control & Protection)으로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면 심장과 같은 곳”이라며 “다른 하드웨어는 외산을 참고할 수 있어도 C&P는 설비가 설치되는 곳의 전력망, 운영주체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밖에 중요하진 않지만 냉각시스템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유 단장은 전압형 HVDC 개발에 (주)효성과 효성중공업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효성그룹의 지지가 없었다면 개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처음 효성그룹은 전압형 HVDC 개발에 10년간 7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투자금이 900억 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압형 HVDC 기술개발에 정부가 221억 원, 민간 1357억 원 등 총 1578억 원이 투자됐다. 효성그룹이 기술개발에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유 단장은 "국산 전압형 HVDC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기술의 90% 수준"이라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계속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인 ABB의 전압형 HVDC 기술의 90%까지 한국이 따라 왔다”며 “앞으로 실증 이후 상용화에도 지속적으로 정부와 한전이 신경 써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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