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불’ 원전과 ‘깨끗하지만 변동성 큰’ 태양광·풍력 수용

한전이 제10차 송배전설비계획을 8일 발표했다. 전력계통에 원전과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진은 제주도에 설치된 효성중공업의 HVDC 전력설비.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전이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을 8일 발표했다. 전력계통에 원전과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진은 제주도에 설치된 효성중공업의 HVDC 전력설비.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전력(사장 정승일)이 8일 발표한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이하 10차 장기계획)에는 미래 에너지를 생각하는 한전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늘어나는 원전, 자연의 무한한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깨끗하고 연료비가 들지 않지만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모두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수립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원전 설비용량은 9차보다 68%나 증가했다. 설비용량이 늘어나면 송변전설비가 수용해야할 최대전력(전력피크)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생산된 전력이 잘 소비될 수 있도록 전력계통 역시 잘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10차 장기계획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용을 위해 ▲소규모 재생에너지 예측 ▲계통안정화 전용 플랫폼 도입 ▲공동접속설비 선투자 ▲제주지역 특별대책 수립을 과제로 삼았다. 

태양광, 풍력은 기상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다르기 때문에 발전량 예측이 중요하다. 그래야 계통에 흘러갈 전력량을 예측하고 계통운전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통안정화 전용 플랫폼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유연교류송전시스템(FACTS, 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을 의미한다. 

ESS는 태양광, 풍력에서 날씨가 좋아 전력을 많이 생산할 경우 전력계통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 전력이 부족할 때 빼쓰면 된다. FACTS는 전압이 불안정할 경우 전압의 하강과 상승이 반복되는 일을 방지한다. 

공동접속설비는 해상풍력을 위한 전력계통이다. 해상풍력 사업자가 육상으로 송전하는 전력선로를 중복 투자하지 않도록 구축하는 설비다. 한전은 공동접속설비 구축에 먼저 투자해 해상풍력 확산을 이끌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이 넘쳐나는 제주지역을 위한 대책도 있다. 제주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 육지~제주 간 제3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선로의 계통 관성 보강을 위해 동기조상기도 도입할 계획이다. 동기조상기는 콘덴서, 리액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송전부와 수전부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계통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10차 장기계획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서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HVDC 기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이는 전남지역의 잉여전력을 해상을 통해 수도권으로 송전해 전남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자력 감발운전이나 태양광의 출력제한을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에너지 계획입지 제도도 도입한다. 에너지 계획입지는 ▲재생에너지 잠재량 ▲주민 수용성 ▲계통 여유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균형있게 보급하는 제도다. 정부와 지자체는 계획입지 제도를 이용하면 지역의 전력계통 사정과 에너지믹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한전은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전력수요를 계통여유지역으로 분산화할 계획이다.

한전은 이 밖에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전력망을 구축하고 ▲신기술 신공법 등을 적용해 송변전설비 건설 추진을 위한 혁신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계획은 장기적 대응으로 전력 계통에 ICT 기술을 결합해 스마트그리드로 한단계 끌어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적용될 그리드 포밍 기술 등은 활발히 개발 중인 기술로 실현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용 시 대형발전기 중심의 중앙집중식 송배전이 특징인 한국 계통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는 10차 장기계획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전남지역의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에 대한 대책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고 평가하고 있다. 9차 장기계획과 달리 원전을 폐로하지 않고 계속운전하는 가운데 수급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를 함께 수용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일정 부분 줄였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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