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최우선, 국산 기자재 시장 위축 우려...O&M 데이터 유출도
지역 선점한 국내 해상풍력사업자 반대로 ‘해상풍력특별법’ 입법 부진

효성중공업이 전압형 HVDC 개발을 위해 제주에 설치한 풍력발전설비. 최근 효성중공업은 전압형 HVDC 기술 완성을 발표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효성중공업이 전압형 HVDC 개발을 위해 제주에 설치한 풍력발전설비. 최근 효성중공업은 전압형 HVDC 기술 완성을 발표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국내 해상풍력 개발에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서 해상풍력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업지를 선점한 국내 개발사업자는 물론 경쟁력이 뒤처지는 일부 기자재 제조사들은 월등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자본이 반갑지만은 않다. 해상풍력특별법의 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해상풍력에 관해선 신천지와 같다. 무엇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태양광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탈원전 정책의 대체 수단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살아남았다. 토목공사의 비중이 30% 이상으로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수립된 해상풍력 발전 방안에 적시된 목표인 2030년 12GW 보급계획은 현 정부에도 계승돼 해외 자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해외 자본의 한국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 투자금액이 조단위까지 불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코리오제네레이션이다. 흔히 '코리오'로 불리는 이 회사는 지난달 22일 한국의 해상풍력에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계 RWE 리뉴어블즈는 이보다 앞서 2022년 한국에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울산 앞바다의 부유식해상풍력 등 사업을 탐색했다.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인천 앞바다에서의 해상풍력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기업인 에퀴노르는 남부발전과 함께 추자도 인근에서 해상풍력 개발에 나서겠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업자들은 해외 자본 유입이 반가울 리 없다. 정부와 국회가 과당경쟁 방지를 명분으로 해상풍력특별법을 입안하며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해외 자본 유입이 잇따른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종의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해상풍력단지 개발과 개발한 사업지에서 공개경쟁입찰을 명시하고 있다.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해당 지역에서 자기가 보유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사업자들은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되면 이미 확보한 사업권을 반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외 자본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고 생각하며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사업자들의 불안감은 실제로 풍력산업협회가 주도한 행사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창원에 소재한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터빈 제조공장.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창원에 소재한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터빈 제조공장.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해외 자본에 대한 경계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국산 해상풍력 기자재 제조업체들도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산업부로부터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지만 유럽의 베스타스나 지멘스가 내놓는 풍력터빈에 비해 용량이 작다.  최근 20MW급 풍력터빈개발에 나섰지만 완성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한국 풍력터빈 1세대 제조기업으로 꼽히는 유니슨의 경우 중국 제조기업과 손잡고  6.5MW급 저풍속발전기 개발에 나섰는데, 이는 기술력은 있으나 자본력이 부족한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원전 제어기기인 MMIS 설비 납품으로 유명한 우리기술은 여세를 몰아 풍력 MMIS 개발까지 도전하고 있는데, 해외 자본이 우리기술 제품을 써줄지 확신이 없다. 해외 자본 입장에선 굳이 우리기술 제품을 쓸 이유가 없고, 한국의 해상풍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들에게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양방향 전력 송신이 가능한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확보했다고 지난달 10일 발표했는데, 아직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90%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경쟁력도 뒤진다. 이 역시 해외자본의 주목을 받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기자재 제조기업들은 단순한 경제성 확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해상풍력 개발에 국산 기자재를 필수적으로 사용토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400MW 단지 10여개 5GW 정도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먼저 개발해 해상풍력 트랙레코드를 확보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업 완료까지 8~10년이 걸리는만큼 업종별로 1~3개 기업이 트랙레코드를 쌓을 기회를 갖도록 소규모라도 해상풍력개발사업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이 주장 또한 해외 자본이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는 올해 6월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하며 추자도 인근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에퀴노르 제공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는 올해 6월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하며 추자도 인근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에퀴노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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