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성지' 반포지역 고액 자산가 전년 대비 41% 증가
지점 감소세 속 한달새 4사 입점...내년 2월 1곳 추가 개점
증권사, IB 실적 악화...돌파구로 자산관리에 역량 집중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증권사들이 반포 고액 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한자리에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당분간 기업금융(IB)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자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가 실적 개선의 돌파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상가에 모두 지점을 열었다. 내년 2월에는 KB증권도 입점할 예정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26개에 달했던 지점은 통폐합을 거쳐 올 9월 842개(영업소 포함)까지 줄어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5개 증권사가 한 아파트 상가에 지점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아파트를 중심으로 인근 아파트와 함께 재건축된 299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다. 2021년 분양 당시 평당 5668만원으로 분양가 신기록을 세우며 반포 대장주 아파트로 떠올랐다.
앞서 최고가 아파트 단지를 기록했던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퍼스티지까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어 원베일리를 중심으로 한 반포 지역은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반포지역 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 고객은 최근 3년간 93% 늘었고 올해 들어서만 작년보다 41% 증가했다.
이처럼 크게 늘어난 반포 지역 고액 자산가를 공략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임차료, 인건비 등 비용 부담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오픈하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아 온라인 거래에 어려움을 느끼는 데다 대면거래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지점 방문을 선호하는 편이다.
가장 먼저 원베일리에 지점을 연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지난달 30일 영업에 들어갔다. 반포 지역 특성에 맞춰 VIP 전용 상담실을 구비했으며 전문 프라이빗뱅커를 통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대형 거점화되는 오프라인 지점 트렌드에 발맞춰 점포 규모를 기존 대비 2배 수준인 490㎡로 늘렸다.
다음날에는 유안타증권이 같은 층에 지점을 열었다. 유안타증권 반포센터는 고객의 자산관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자손실이 발생한 고객의 금융자산 복구와 고객 치유를 위한 힐링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자산 컨설팅 서비스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달 6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입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센터 반포 오픈을 위해 강남, 서초, 방배, 반포 등 고액자산가 대상 컨설팅 경력을 갖춘 전문 웰스매니저(PB)들을 불러모았다. 고객들은 웰스매니저들의 자산관리는 물론 가업승계 프로그램과 퇴직연금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이달 13일에는 삼성증권이 반포WM지점을 오픈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 자산가 전용 브랜드인 '삼성증권 SNI'를 통해 자산 30억 이상 고객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최근 입주가 시작된 원베일리 특성에 맞게 연말까지 세무 및 부동산 전문위원이 상주한다.
증권사의 고액 자산가 공략은 업계 전반의 흐름이다. IB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누적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2조51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사업의 성장 둔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자산관리 부문 집중은 실적 개선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 자산가 대상 SNI 서비스와 지난해 디지털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인 'S.Lounge'를 런칭하는 등 자산관리 부문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 부문 강화를 예고했다. 기존 자산관리본부를 자산관리부문으로 격상했고 산하에 연금본부와 리테일본부 등 2개 본부와 자산관리전략실과 플랫폼전략실 등 2개 실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