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 충담금 1000억원 적립
공실률 상승·시세 하락 등에도 가격 추산 어려워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인턴기자]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 1, 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 3분기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충당금으로 각각 1000억원, 600억원을 쌓았으며 KB증권도 1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 적립은 자체적으로 추산한 것으로 실제 손실 규모가 얼마인 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 NH, 삼성, KB)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6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했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769억을 기록, 5개 증권사 중 가장 적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했고 2분기보다도 무려 46% 줄어들었다. 이같은 부진한 실적은 미국과 프랑스의 투자 부동산에서 총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전략 다변화를 위해 해외부동산 투자에 앞장서 왔으며 상업용 오피스빌딩 뿐만 아니라 호텔·리조트, 물류센터와 같은 인프라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팬데믹에 이어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공실률 증가 및 시세 하락 등 손해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관련 2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리 정상화 등 영업환경이 안정화되면 평가손실 자산의 가치가 회복되면서 빠른 시간 내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업계에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투자 비중이 40%대로 업권 평균의 2배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격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해외 투자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은 데도 불구하고 3분기 1922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3분기에도 해외부동산 관련 평가손실 및 충당금으로 약 600억원을 반영했지만 2분기 보다는 감소한 금액이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선전해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1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증권은 전반적으로 위탁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인 데다 특히 자본 대비 해외투자 비중이 2%로 업권 평균인 20%에 비해 매우 낮아 양호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43.8%나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미쳤다. NH투자증권 역시 기타 일회성 비용과 함께 일본 태양광발전소 관련 투자 실패로 2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KB증권은 3분기 11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했다. 충당금의 경우 3분기 약 163억원을 적립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의 10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의 600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적었다. 다만 KB증권의 충당금 중 해외 부동산 손실이 얼마나 반영됐는 지는 미지수다.

KB증권은 지난 2018년 영국 런던 번화가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인수에 약 9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팬데믹과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인해 최근 빌딩 가격이 인수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해외 투자 실적 반영이 증권사마다 제각각인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향후 건물을 매각할 때의 가격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의 시세 혹은 공실률 등으로 가격을 산정해 손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의 특성상 평가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부실을 반영하지 않고 버티는 방향으로 실적에 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해외 부동산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충당금을 최소한으로 쌓을 것으로 보이나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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