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조정기능 스스로 포기” 쓴소리
“용역수행 위해 들인 비용 20억원 날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국토위 교통소위의 의안에서 누락된 것과 관련해 철도업계 일각에서 유감을 표했다.
21일 철도업계 관계자는 20억 원을 들인 용역 결과를 근거로 마련한 철산법 개정안의 교통소위 상정 불발에 대해 "애초부터 성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 코레일(철도노조)과 국가철도공단의 협의를 끝까지 요구하는 국회의 모습에서 실망감 이상을 맛봤다"고 토로했다.
철산법 개정안은 국토부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이 관련된 법안으로 철도시설의 유지관리를 열차 운행사업자에 맡긴다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철도시설 유지관리를 코레일이 맡아 왔는데, 최근 열차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열차운행사업자에게 맡겨야한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이하 철도안전 심층용역)’을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발주해 사안을 검토했다. 이 용역에 든 비용은 2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한국이 단독으로 입수한 '철도안전 심층용역'엔 철도시설 유지 관리 부족으로 인해 △2022년 12월 SRT 통복터널 단전 사고 △같은해 11월 오봉역 작업자 사망 사고 △같은해 7월 대전조차장역 SRT 탈선 사고 △2018년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용역 보고서는 철도 건설과 개량 사업의 경우 국가철도공단이, 유지보수 사업은 코레일이 맡는 현재의 역할분담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래서 철도사고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건설·개량·유지보수를 해당 사업자에게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철산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기는 커녕 국토위 교통소위의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않았다.
철도업계는 그 이유를 도저히 불가능한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 간 합의가 전제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통소위 최인호 위원장은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양자간 합의를 종용해 왔다.
이에 국토부는 철도시설 유지보수에 대한 코레일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시행령을 통해 철도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철산법 개정안은 교통소위의 의제가 되지 못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치권이 과도하게 철도노조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가정책이 철도노조에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철산법 개정안이 중요한 이유는 철도안전과 직결됐기 때문”이라며 “최근 증가세인 철도사고를 방지할 근본대책이 정치논리로 인해 뭉개졌다”고 한탄했다.
철도업계는 21대 국회가 내년까지 열려 철산법 개정안이 논의될 시간은 물리적으로 남아 있지만, 각당이 총선체제에 들어가면서 뒷전으로 밀려 다시 다루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