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3㎡당 아파트 분양가 ↑…상반기 청약 열기 이어졌지만 하반기 찬바람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올해 청약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1위는 단연 '분양가' 상승이다. 분양시장은 인건비, 건설 자잿값 등 공사비 증가로 인해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고분양가' 아파트가 연이어 나왔다.
여기에 정부가 전국 대부분의 분양가상한제를 완화, 강남 등을 제외한 전국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았다. 이에 실수요자들은 해당 단지의 적정 분양가 책정 여부에 따라 청약을 신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선별적으로 청약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청약시장의 나머지 키워드는 △양극화 심화 △상고하저 등으로 요약된다. 분양가에 따라 지역별, 단지별로 청약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분양성적은 입지,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온도 차가 극명했다. 불과 1년 만에 높아진 분양가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등으로 청약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때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상반기에는 청약 열기가 몰리고 경쟁률도 높아지다가 연말로 갈수록 분위기가 확연하게 식으면서 '상고하저' 흐름을 이어갔다.
◇ 신규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평당 분양가 전년比 285만원 인상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분양가가 급격하게 올랐다.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일반 구축 아파트 대비 상승폭이 훨씬 컸고, 1년 동안 상승세를 줄곧 이어가고 있다. 전국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180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521만원에 비해 285만원 급등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3529만원으로 지난해 3476만원에 비해 상승했다. 서울에서는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마포·성동·동대문구 뿐 아니라 강북에서도 84㎡기준 12억~14억원대 아파트가 속출했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국적으로 분양가를 살펴보면 제주의 평균 분양가격은 2447만원으로 두 번째로 높았고 △광주 2131만원 △부산 1952만원 △경기 1885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울산과 대구 등은 위축된 분양경기가 반영되며 전년대비 낮아졌다.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이유는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경색 등으로 공사비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부담을 느끼면서 청약 수요층의 가격 민감도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올해 청약 성적은 '상고하저' 뚜렷…연말 찬바람 '쌩'
올해 청약시장은 상반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다 5월쯤부터 청약 열기가 이어졌고, 다시 하반기로 갈수록 찬바람이 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추락을 거듭하던 부동산 시장은 연초 발표된 정부의 1·3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의 영향으로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정부는 규제 완화방안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걸어놨던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구체적으로는 △전매제한 폐지 △투기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 대부분 해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모두 해제 △중도금 대출규제 폐지 △기존 주택처분 의무 폐지 등이 손꼽힌다.
이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됐다. 청약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없애 청약에 당첨돼도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되며, 무순위 청약 접수 시 무주택 요건을 폐지해 유주택자까지 청약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청약시장에는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와 유주택자들까지 함께 유입됐다. 올해 2분기 부터는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청약시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면서 경쟁률도 상승했다.
특히 3분기부터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4분기에만 연간 총 공급량의 절반에 가까운 10만5190가구가 집중됐다.
이 시기 서울의 경우 청약가점과 경쟁률이 상승하고 훈풍이 불었다. 다만 분양가 상승이 계속되자 실수요자들이 점차 이탈하기 시작했고, 시장 분위기가 한 풀 꺾이면서 4분기에는 분위기가 식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위축된 분위기가 두드러지면서 미분양 누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대구, 울산 등은 침체된 흐름을 이어갔다.
한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23만1549가구(예정물량 포함)가 공급됐다. 상반기 분양실적은 7만4723가구로 2022년(16만5436가구) 같은 기간 대비 45% 수준에 그쳤다.
올해 당초 예상 물량보다 실제 공급된 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흐름 악화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져 건설사들의 분양지연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양극화 심화' 서울·충북·대전은 훈풍…일부 지방 미분양 속출
올해 청약시장은 지역별, 가격별, 단지별로 청약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평균 가점도 올라갔다. 하지만 지방은 청약 신청자가 1명도 없는 곳이 속출하면서 청약 시장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지난 12일 집계 기준)은 12.3대 1로 파악됐다. 지난해 7.5대 1보다 경쟁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역별 청약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시도별로 청약경쟁률이 전국 평균을 웃돈 지역은 지난해 8곳에서 올해 3곳으로 줄었다. 반면 경쟁률이 1대 1에도 못 미친 지역은 2곳에서 3곳으로 늘었다.
서울은 평균 청약경쟁률 59.5대 1을 찍으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외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고, 규제지역은 추첨제 확대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선(12억 원) 폐지 등으로 청약 시장에 불이 붙었다.
지방에서는 충북, 대전 등 산업단지 인접지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청약성적이 좋았지만 그외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올해 청약경쟁률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이었다. 청약 경쟁률 최고 10개 단지는 모두 수도권에서 나왔다. 지난해 상위 10개 단지가 수도권 외에도 세종과 부산, 대전 등으로 분산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아울러 올해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1위와 2위를 포함한 7개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였다.
1위는 지난 10월 분양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민영주택)으로 일반공급 279가구에 10만5179명이 몰리며 3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단지의 국민주택은 101.3대 1로 10위였다. 이어 '운정3 제일풍경채 A46BL'이 42가구 모집에 1만5609명을 모아 경쟁률 371.6대 1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남·전남 등 비수도권에서는 1명도 청약을 신청하지 않은 단지가 속출했다.내년 분양시장은 서울 등 일부 선호지역 내에서도 입지와 단지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청약 온도차가 심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서울은 올해 분양일정이 연기됐던 강남3구 정비사업 대어들이 몰려온다. 강남구 '청담르엘',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분양을 예고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과 추첨제 확대로 청약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무주택 신혼부부와 청년층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주목해볼만 하다. 뉴홈 사전청약분 1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고,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 부부 개별 특별공급 신청 허용 등 공공분양 특공기준이 완화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고 청약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았기 때문에 당분간 지역별, 단지별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