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부동산대책에 '리모델링 규제 완화' 내용 빠져
리모델링 추진단지, 사업 이탈 및 재건축 선회 움직임
서리협 “리모델링 단지 외면한 역차별 정책…규제완화 절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방향이 재건축사업으로 쏠리면서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단지들의 경우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먼저 설립하고, 안전진단은 사업계획 승인 전까지만 받도록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와 인허가 관련 패스트트랙을 도입키로 했다.
정비사업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2024년 현재 입주 30년 경과(초과) 아파트만 102만2948세대 규모로 안전진단, 추진위, 조합신청, 조합설립 단계의 규제가 과감히 완화되면 이들 단지의 재건축사업 속도가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이나 관련 제도 개선 내용이 이번 대책에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주기 위해 ‘대못’을 뽑고 있는 반면에 리모델링 단지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이 가능했던 수평증축은 앞으로 수직증축처럼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 관계자는 “이번 주택 정책은 윤 대통령 대선공약에 따라 주택공급을 위한 리모델링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 역시 포함됐어야 함에도 재건축과 재개발의 규제만 완화되는 등 대선 공약과 다른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 절차 개선 △리모델링 수직·수평 증축 기준 정비 등 리모델링 관련 법·제도적 개선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서리협 측은 “서울의 고(高)용적률 단지의 경우 종상향이 되더라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약 140여개 조합, 약 120여개 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윤 정부는 40만가구,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 중 3096개(세대수 증가형 898개, 맞춤형 2198개)는 재건축 사업이 불가능한 리모델링 대상 단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방향이 재건축사업으로 쏠리면서 일부 노후 단지들은 리모델링사업을 포기하거나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최근 조합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시공사 선정절차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곳도 없어 사업을 접은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많은 1기 신도시에서도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기 신도시 5개 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는 353개 단지로, 이 중 29개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상당수가 재건축사업을 원하는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서리협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단순히 노후도, 용적률만으로 사업성을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단지의 상황에 맞는 주택정비사업 방식을 택해 추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주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