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정비사업 규제완화책 발표 잇따라…“신규공급 확대”
작년 몸 사렸던 건설업계는 ‘반색’…“수주 물량 늘어날 것”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올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계 초침이 빨라질 전망이다. 새해 들어 정비사업 관련 정부·서울시의 규제 완화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전국의 정비사업 조합들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금리 현상 지속과 급등한 공사비 부담으로 지난해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건설사들이 올해는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지 주목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우선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키로 하고, 앞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재건축사업은 안전진단 통과 후 정비구역 입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사실상 까다로운 안전진단 절차가 폐지되는 것이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조합 신청이 가능해져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병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까지 적용하면 재건축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재개발사업도 노후도의 요건을 현행 3분의 2에서 60%로 사업 추진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또 노후도 외 다른 요건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해당 사업지에 신축 빌라가 함께 있어 논란이 된 곳도 즉각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서울시도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필요한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정비사업 추진 절차는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착공·분양, 준공·입주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조합설립 후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각종 영향평가 등으로 심의에만 통상 2년 이상 소요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교육환경평가, 도시관리계획(정비계획), 도시공원조성계획, 환경영향평가 등까지 통합심의 범위에 포함했다. 시는 이를 통해 심의단계가 약 6개월로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에 건설업계도 반색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과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찬바람이 불던 정비사업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수주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지라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시공사 선정에 착수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액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과 함께 사업성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아진 공사비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로 인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주춤하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 완화가 즉각적인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정부까지 정비사업은 인허가가 관건이었으나 지금은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이 사업 추진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