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자잿값 상승‧부동산침체 장기화에 일감확보 ‘사활’
올해 SOC 예산 확대…업계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 시급”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일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수주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국내 도시정비사업과 공공사업, 해외사업 부문에서 잇따라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올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 사업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791-108번지 일대에 지하2층~지상20층, 11개동, 총 612세대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도급액은 약 2151억원이다.

코오롱글로벌과 HJ중공업도 지난 13일 부산에서 각각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3일 부산 하단1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올해 건설사 중 정비사업 부문 첫 수주다.

이 사업은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605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7층 규모 아파트 40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3.3㎡당 공사비는 698만원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올해 첫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번 수주를 계기로 올해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가로주택 등 소규모정비사업까지 적극적인 수주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HJ중공업은 지난 13일 부산 사하구 당리1구역과 괴정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새해 첫 수주소식을 전했다. 당리1구역은 지하 2층~지상 18층 규모의 공동주택 3개동 136가구를, 괴정2구역은 지하 2층~지상 27층 규모의 공동주택 3개동 225가구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HJ중공업은 이들 구역과 더불어 당리1·괴정3구역을 추가로 수주해 1개의 대형단지로 통합개발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대한축구협회가 발주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신축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이 사업은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 일원에 1500석 규모의 아웃도어 스타디움과 100석 규모의 실내 축구장, 숙소동 및 커뮤니티 시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공사금액은 약 845억원,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17개월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체육 시설 수주에 성공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올 한해 목표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해 건설업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항만공사가 발주한 바스라 알포항 컨테이너 터미널 진입도로 공사를 지난 18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 이 공사는 이라크 알포 신항만 1단계 현장을 잇는 길이 3.7㎞의 둑길(causeway)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700만 달러(약 220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약 3조원 규모의 암모니아·요소 플랜트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쌍용건설도 중남미에서 마수걸이 수주 소식을 전했다. 쌍용건설은 아이티 MEF(Ministry of Economy and Finance, Haiti)가 발주한 '아이티 태양광 발전 설비와 ESS설비 건설 공사 및 운영 사업'을 지난 9일 수주했다

이 공사는 글로벌세아 공장이 있는 아이티 Caracol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소(12㎿) 및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10㎿h)를 축구장 30개 규모(20만㎡)로 시공하고 5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5700만 달러(한화 약 750억원)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새해부터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건설시장도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연초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선 건설기업의 경영 여건이 건설 생산원가 증가와 주택경기 위축 등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19곳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폐업공고(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업체는 총 509개로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특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올해는 건설업계의 금융 압박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철도·도로·공항·항만 등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지난해(25조원) 대비 5.6% 증액한 26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특히 정부는 SOC 예산의 65% 수준인 12조4000억원을 상반기 중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SOC 예산 확대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건설경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일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최소한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연한 공사비 책정이 필요하다는 게 건설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품질안전관리 비용 등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지만 현행 공공 발주 사업들의 공사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기적으로 공사비 인상이나 하락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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