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연비는 ℓ당 14㎞대 후반~15㎞대 초반
시속 40~60㎞ 구간에선 짜내는 듯한 엔진음 유입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국내 다목적차(MPV) 시장에서 기아 카니발의 지위는 남다르다. 아이가 있는 집에선 패밀리카,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겐 캠핑카로 오랜 시간 인기를 누려왔다.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치며 상품성도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하이브리드라는 날개까지 달아줬다. 지난해 말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출고까지 9개월 이상 걸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 약 100㎞ 구간에서 기아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 기름값 걱정 덜까..체감 연비 ℓ당 15㎞ 이상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동력계는 4기통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전기모터와 1.5㎾h(270V) 리튬이온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쏘렌토나 싼타페 등에서 선보였던 구성과 유사하다.
카니발의 덩치가 상당한 만큼 배기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공차 무게는 2100㎏ 이상, 하이브리드여도 1600㏄ 엔진으론 힘이 부족하고 오히려 연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표시 효율은 복합 기준 13.5~14.0㎞/ℓ(휠 규격 및 편의품목에 따라 상이)로, 12㎞/ℓ대인 디젤보다 높다. 카니발 디젤도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차는 아니었다. 하이브리드가 디젤보다 체감 효율이 떨어진다면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주행 구간에서 인증 수치 이상의 연료 효율을 유지했다. 오전에 막히는 도심 구간과 비교적 원활했던 자동차 전용도로를 포함 100㎞ 정도 달렸을 때 트립 컴퓨터 상에 표시되는 수치는 ℓ당 14㎞대 후반~15㎞대 초반이었다. 연비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교통 흐름에 맞춰 주행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보다 도심 운행이 연비 면에서 유리하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하다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엔진보다 전기모터를 적극 사용해 기름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오히려 디젤과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공차 중량이 무거운 만큼 정체 구간에서 하이브리드 특유의 연비 운전엔 한계가 있었고, 탄력이 붙는 시속 80~100㎞ 구간에서 효율이 개선됐다. 전기모터의 개입 구간을 넓게 가져간 결과로 해석된다.
◇ 출력부터 승차감까지…역할 커진 전기모터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4㎏f∙m 등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중 엔진이 최고 180마력, 최대 27.0㎏f∙m을 책임진다. 구동모터는 출력 54㎾(약 72마력), 토크 304Nm(약 31.0㎏f∙m) 등의 힘을 갖추고 엔진을 보조한다.
기아는 쏘렌토 등 앞서 선보인 1.6ℓ 기반 하이브리드보다 카니발에 탑재되는 구동모터의 성능을 높였다. 차가 무겁고 승차 인원이 많은 만큼 안정적인 출발과 부드러운 가속감, 여유로운 정속주행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덕분에 출발 가속은 우려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힘이 모자라지 않았다. 반응 자체는 디젤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정숙성 면에선 하이브리드의 강점이 크게 다가왔다. 조용하면서도 여유롭게 힘을 낼 줄 아는 미덕을 갖췄다.
시속 40~60㎞ 구간에서 저배기량 엔진의 한계점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크진 않지만 다소 짜내는 듯한 엔진음이 유입돼서다. 급가속 시 반응도 평이한 편이다. 카니발의 쓰임새를 생각해보면 수긍할 만하다.
시속 90㎞ 내외로 정속 주행을 할 때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진가가 드러난다. '1.6ℓ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주행 질감이 매끄럽고 차를 끌고 가는 힘이 넉넉하다. 디젤은 물론 기존 대배기량 가솔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잘 억제된다. 아이들을 동반한 장거리 주행에서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E-VMC(구동 모터 기반 성능 보조 기술)로 하이브리드 차별화를 꾀한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전기모터는 엔진을 보조해주는 역할에 그쳤지만, E-VMC는 운전 전반에 걸친 경험을 개선하는 데까지 기능이 확장됐다.
시승 중 체감할 수 있었던 기능은 ‘E-라이드’다. 과속 방지턱 등을 통과하거나,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았을 때 모터의 토크를 조정해 차의 흔들림을 줄이는 기술이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확실히 이전 세대보다 둔턱을 넘거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을 통과할 때 충격을 잘 흡수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밖에 조향 응답성을 개선한 ‘E-핸들링’, 긴급 상황에서 모터가 하중을 제어해 안정성을 높이는’E-EHA’ 등은 직접 경험하긴 어려웠지만 회사 측이 강조하는 요소다.
◇ 널찍한 실내에 풍성한 편의기능…인상된 가격은 부담
전반적인 디자인은 앞서 출시된 카니발 부분변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면부엔 새로운 디자인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 주행등(DRL)과 수직형태의 헤드램프로 신선함을 더했고, 전기차 EV9을 연상케 하는 휠 디자인으로 친환경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밖에 후면 방향지시등의 형태를 바꿔 시인성을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운전석엔 12.3인치 크기의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계기판 일체형 디스플레이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특징인데, 고급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 만족도를 준다. 각 기능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한국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UX)을 잘 반영했다는 느낌이다.
큼직한 휴대전화 무선 충전패드부터 대용량 컵홀더, 2열 전동식 리클라이닝 시트 등 공간 구성이 효율적이다. 1~3열은 성인이 장시간 탑승해도 무리 없을 정도의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4열의 경우 탑승객을 태우기보다 접어서 적재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여기에 △UV-C 살균 암레스트 수납함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후석 승객 알림 △헤드업 디스플레이 △빌트인 캠 2 △지문 인증 시스템 등 최신 편의·안전품목을 아낌없이 배치했다.
시트 및 상품 구성에 따라 가격대 폭이 넓다. 9인승 3925만원(프레스티지)부터 시작하지만, 7인승 최상위 트림은 7270만원(하이리무진 시그니처)까지 오른다. 최고급 4인승 시그니처는 9650만원이다. '국민 아빠차'의 허들이 많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