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혼란, 의사 부족 입증…의료개혁특위 조속 출범"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반박한 데 따른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 속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한 만큼, 의료계가 철퇴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6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모든 국민이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 의료 체계를 가동해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며 "지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각 대학에서 받은 의대 증원 신청 결과 작년 말 수요조사를 상회하는 3401명"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이 지역의료, 필수 의료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 일각에서는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며 1개 의과대 당 학년 정원은 독일, 영국, 미국 등에 비해 적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응급,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전폭적인 수가 인상과 함께 소아, 분만 등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확대하는 필수 의료 보상 방안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난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조속한 시일 내에 출범시켜 공론화가 필요한 과제들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6일 서울 한 대학병원 복도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6일 서울 한 대학병원 복도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국 47개 상급 종합병원 전공의가 전체 의사(2만3284명)의 37.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매우 기형적인 구조"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 의료 과목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 필수 분야 인력난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러한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 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유능하고 전인적인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진료 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분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과목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로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여 추가 인력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위 빅5 병원은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주최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주최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의료계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의료계가 집단행동의 명분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우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인의 책무를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대본에 앞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도 의료계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이 국민의 생명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28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예비비는 △비상 진료 인력 인건비 약 580억원 △지역 공공의료기관 연장 진료 지원비 393억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 치료·지원 68억원 △공중보건의사‧군의관 파견 지원비 59억원 △일반병원 전원 환자 진료 추가 인센티브 40억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진료 지원비 12억원 △1·2차 병원 전원 환자 구급차 이용료 지원 5억원 등이다.

정부가 의료 공백 사태에 예산까지 투입했지만, 의료계가 반발을 이어가고 있어 상황을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2022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움직임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조기에 사태를 매듭지었던 것처럼, 의료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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