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의혹부터 막말 논란까지…국민의힘 공세 수위↑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4·10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도덕성 리스크'가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부터 막말까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후보들의 논란도 가지각색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비명횡사' 공천을 혁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연이어 터지는 논란에 정치권에서는 사퇴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정치 품격'까지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덕성 문제에 민감한 2030 세대의 수도권·무당층 지지 이탈 조짐마저 보이면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보들의 리스크로 인해 이번 총선 전략으로 꺼내든 '정권심판론'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총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 속 '공천 취소' 등으로 논란을 확산시켜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두고 윤석열 정부를 도덕성 시비의 늪으로 몰아세웠던 민주당이 이번 총선의 최대 악재로 부상한 후보자들의 도덕성 리스크를 해소하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공영운, 군복무 아들에 30억 부동산 증여…‘아빠 찬스’ 논란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공영운 후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리스크를 가진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때 '정의선 오른팔'로 불리며 현대차 사장까지 올랐던 공 후보는 2017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다가구주택이 있는 땅 35평을 사들인 뒤,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되기 하루 전날 군 복무 중이던 22살의 아들에게 증여했다. 땅을 매입할 당시에는 11억8000만원이었으나, 현 시세가 28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빠찬스' 논란에 휘말렸다.
또한 해당 땅을 살 때 공 후보가 현대차 부사장으로 있었던 만큼, 당시 지위와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 후보가 이 땅을 사고 4개월 뒤인 2017년 10월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서울시, 성동구, 삼표산업이 성수동에 있는 레미콘 공장을 이전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공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딸까지 같은 지역 재개발구역에 있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갭 투자 의혹'까지, 불거지자 공 후보는 진땀을 빼고 있다. 이 밖에도 공 후보는 딸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녀 취업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공 후보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주택을 증여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서 "앞으로 겸허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딸의 부동산과 관련한 갭 투자 의혹에는 "실거주 목적 이외에 주택투자를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지적에도 "악의적으로 끼워서 맞추는 것으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삼표레미콘 부지 이전은 수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딸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공 후보에 대한 경쟁 후보들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경기 화성을은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 양문석·양부남·한정애도 부동산 의혹에 '진땀'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도 논란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뒤, 20살이었던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사업자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갚았다는 편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양문석 후보는 "편법적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라면서도 불법 대출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일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현장 검사를 벌이고,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될 때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양부남 후보도 '편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양부남 후보는 재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한남3구역에 있는 수십억원대 단독주택을 2019년 두 아들에게 증여하고, 증여세까지 대신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 후보와 함께 '아빠 찬스' 논란 대열에 합류했다. 양부남 후보는 해당 논란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두 아들에게 단독주택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대출은 없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서울 강서병에 나온 한정애 후보는 지역 사무실을 주변 시세보다 과도하게 싼 가격으로 임대해 사용해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에 한 후보 측은 입장문을 내고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약 150만원은 임대인이 정해놓은 것으로, 기존에 입주해 왔던 임차인들과 별다른 것이 없다"면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선거에 악의적인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김준혁은 '막말', 김용만은 음주운전 전력에 진땀
경기 수원정에 나온 김준혁 후보는 '입'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맞았다. 김준혁 후보는 2019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이 미군에게 학생들을 성 상납시켰다'고 밝힌 사실도 드러나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화여대 측은 법적 대응과 함께 김준혁 후보의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고, 그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하남을 출마한 김용만 후보도 2012년 음주 운전으로 4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상대측인 이창근 국민의힘 후보 측은 김용만 후보의 주소가 2024년 1월까지 서울시 서초구였다고 주장하면서 3년 동안 하남시에 거주했었다는 김용만 후보의 말이 거짓이라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만 후보 측은 등본상 2022년 4월 경기도 하남시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실거주 했다며 이창근 후보 측이 근거없는 불법적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김용만 후보 캠프에서 자료를 보내와 이 부분을 4월8일 오전 10시에 보완했습니다).
더욱이 이창근 후보 측은 김용만 후보가 백범 김구 선생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공천 받았지만, 실제 3·1운동독립기념회 단체와 오히려 관계가 소원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악재 털어낸 국민의힘, 연일 '자질론' 부각하며 공세 수위 높여
국민의힘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사퇴하면서 악재를 털어낸 만큼, 문제가 된 민주당 후보들의 자질론을 부각해 반등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된 양문석 후보가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기대출이 다 드러났는데도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비하 발언 등 '막말'로 논란이 된 김준혁 후보에 대해선 "스와핑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 나왔는데, 머릿속에 그것만 차 있는 사람"이라면서 "국회를 갈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도덕성 리스크가 터진 후보들에 대한 별도의 조치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민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이들처럼 살아오지 않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들처럼 살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확실한 답을 여러분이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윤희석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논란이 된 인물들 말고도 부동산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후보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김기표(경기 부천을), 문진석(충남 천안갑), 김병욱(경기 분당을) 후보다.
윤 대변인은 김기표 후보와 문진석 후보는 상가 건물에 '영끌 빚투'를, 김병욱 후보는 상가 쪼개기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뻔뻔스럽게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것은 '일반 국민이 하면 나쁜 투기고 자신들이 하면 합법적인 투자'라는 민주당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또 무슨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 배만 불리려 할지 알 수 없다"며 "부도덕에 찌들어 자정능력을 잃은 민주당을 국민들이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30 '공정 역린' 건드린 민주당, 총선 끝까지 '침묵' 지킬까
민주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문석 후보와 김준혁 후보의 논란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조금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아프지만 (문제가) 있는 만큼 국민들께 판단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소상히 설명드리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일단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거리를 두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총선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언급을 자제하며 이슈가 확산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다. 다만 2012년 총선에서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이 판세를 뒤흔들었던 점을 의식한 듯 김준혁 후보에게는 사과를 권고했다. 김용민 후보 과거 온라인 방송에서 테러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풀어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를 아예 강간해 죽여야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전문가들은 도덕성 리스크가 민주당에서만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논란이 후보들에게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제기된 '아빠찬스' 논란과 부동산 관련 의혹, 음주운전 전과 등은 2030세대의 역린인 '공정'의 가치를 건드렸다"면서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최소한 국회의원이 되기로 생각했었다면 국민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와 이종훈 평론가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후보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최 교수는 "총선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각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적당히 뭉개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도부가 각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모른 체' 한 것 같다"며 "살려두는 쪽이 이익이라 생각해 컷오프(공천 배제)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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