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많은데 법인세 차감 등 총수입 줄어…야당의 ’추경’ 요구에도 영향
업계 "수소차·신규원전 등 수익성 담보되지 않는 사업예산 과감히 줄여야"

작년 관리재정수지가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왼쪽)가 한덕수 총리의 국가재정에 관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관리재정수지가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왼쪽)가 한덕수 총리의 국가재정에 관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2023년 정부의 관리재정수지가 87조 원 적자를 기록하며 정부가 약속한 정책자금을 마련하는 길이 요원해졌다.

2024년까지 54조 원이 필요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도,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소규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복원 등 기후변화대응 정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 예산에 기대기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22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하며 관리재정수지가 87조 원 적자라고 밝혔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구한다.

정부는 지난해 총수입이 573조 9000억 원, 총지출이 610억 7000억 원이어서 통합재정수지는 36조 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이 2022년보다 27조 8000억 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 13조 1000억 원보다는 23조원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2대 총선 전 현 정부가 약속한 재정지출 약속 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9일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420조 원+α 정책금융 마련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30년까지 5개 정책금융기관이 총 420억 원의 녹색자금 공급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2030년까지 총 9조 원의 미래에너지펀드 조성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2030년까지 기후기술 육성에 9조 원 투자를 골자로 하는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정부가 이 기금을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과 기존 생산방식 전환에 필요한 자금 △석유화학 기업 등의 온실가스 감축 설비 확충 △신규원전 건설 등에 사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 재정이 악화되자 금융위가 발표한 2030년 까지 420조 원+a 정책금융 마련 약속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국가 재정이 악화되자 금융위가 발표한 2030년 까지 420조 원+a 정책금융 마련 약속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사정이 난처해지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직전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한국형 IRA법이라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 △탄소차액계약지원제도 도입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재생에너지 추가 △탄소중립 R&D 투자 확대 △한국형 FIT 복원을 언급했다. 이들 정책 모두 재원을 정부 세수에서 구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작년 7월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정부에 요구하며 이 가운데 5조 원을 ‘경제회복 및 취약계층 지원’ 명목으로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미래성장 대비 디지털 인프라 투자 등에 쓰자고 제안했다.

업계전문가들은 △수익없는 정치적 사업의 지출을 줄이고 △민간기업의 정부 재정 중독을 끊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출 일부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실증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원자력계는 핵연료 재활용을 위해 파이로프로세싱, 소듐냉각고속로 기술 개발을 요구하며 현 정부 들어 로드맵까지 수립했는데, 재정부담을 느낀 과기부가 표면상 입장을 후퇴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수소승용차 지원금이나 국내 신규원전 건설 사업(대진ㆍ천지원전)도 수익이 없으면 중단해야 하고 수소환원제철 예산의 경우 포스코가 상당액을 부담해야 하며 탄소저감기술 개발도 수혜자인 석유화학업계 등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연료비가 들지 않는 태양광의 경우 태양광모듈 가격이 충분히 내려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했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수익을 기대하고 정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 만큼 과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태양광모듈 가격 하락으로 국내에서도 태양광발전사업이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민간이 태양광발전소를 자발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에너지가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 사진=한화에너지 사진 종합.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최근 태양광모듈 가격 하락으로 국내에서도 태양광발전사업이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민간이 태양광발전소를 자발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에너지가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 사진=한화에너지 사진 종합.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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