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선언…비대위원장 사퇴 두 달여만
"죽기 딱 좋은 자리라고 하지만 결심했으니 주저 않겠다"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 나설 적임자…수직 관계 좋으셨나"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엔 "지지자들의 열망 이길 후보라고 한다면 응해야"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총선 내내 진심을 다해 외친,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라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본인을 향한 '총선 참패 책임론'을 의식, 당 대표로서 진짜 책임을 다하겠다며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4·10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직 사퇴 이후 약 두 달여 만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회견을 열고 "지난 두 달간 복기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러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생각했다. 고심 끝에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 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면서도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힌 곳은 뚫고, 끊긴 곳은 잇고, 무너진 곳은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해 "그토록 염원했던 총선 승리였지만 결과는 너무도 뼈아팠다"라며 "오로지 저의 책임이다. 어떻게든 제가 더 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심판론으로 뒤덮였던 총선 기간 내내, 우리는 민심에 반응하겠다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외쳤다. 지금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반응하고 있나"라며 당에 쓴소리를 했다.
특히 본인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지만 우리는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드렸다"라며 "국민들께서는 우리에게 마치 갈라파고스에 사는 사람들 같다, 심판받은 사람들이 맞느냐, 심지어 이긴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말씀까지 하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명령에 우리는 응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절박한 상황을 희망으로 바꾸어야 한다"라며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 보수정치를 혁신적으로 재건하겠다"라며 "국민의힘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렵게 탄생시킨 윤석열 정부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길이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위해 '보수 정치' 재건·혁신을 하겠다며 "지역 현장 중심의 풀뿌리 정치 시스템을 갖추고, 중도·수도권·청년 정치를 향한 확장을 위해 과감히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경쟁자인 나경원 의원이 띄운 '원외 대표 한계론'에 대해 "나 의원이야말로 원외 시절 (당 대표 출마에) 두 번 시도한 것으로 안다"라며 "중요한 건 우리 당이 지금의 위기 상황에 민심에 부응하고 변화할 수 있고 그걸 이끌어갈 수 있는 당 대표가 누구냐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엔 "지지층들의 큰 열망은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라고 한다면, 어떤 조치가 없으면 거기에 응해야 한다"라면서 "우리 당은 민주당처럼 어떤 특정인 위해서 당헌당규를 쉽게 바꾸는 정당은 아니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나 의원은 당 대표 당선된다면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10초밖에 통화하지 않았다는 전언에 대해선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데 10초밖에 안 했겠느냐. 이 문제가 국민 앞에 정치에서 중요한가"라고 반박했다.
'용산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일각의 지적엔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였는데 그거 좋으셨냐"고 반문하며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민심을 위해 토론하고 좋은 해법을 내고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법리적 판단만 남은 단계에서 특검을 도입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검찰 수사를 보고 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신 집권 여당과 정부가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한 전 위원장은 오후 2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후 3시에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렸다.
유력 당권 주자들이 1시간 간격으로 '릴레이 출마 선언'을 하는 만큼 메시지 정면 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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