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대주주 안종규·임권일 씨 '5%룰' 피해가며 지분 매각
유증·CB 등 통한 재투자로 다시 이엔플러스 주요주주 올라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코스피 상장사 이엔플러스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여러차례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과거 모든 지분을 매도한 뒤 계열사를 통해 이엔플러스에 재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2차 전지 테마 상승 전 주식을 매입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겨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엔플러스의 현 최대주주는 엑토(3.21%)다. 지난해 3월에 8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최대주주인 에이팀하모니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에이팀하모니)가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도해 엑토는 최대주주에 올랐다.
엑토는 1993년 설립된 스마트 제품 도소매업체로, 안종규 씨가 100% 지분 보유한 회사다. 안 씨는 지난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이엔플러스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그해 5월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211만5500주)가 됐다. 이후 2022년 1분기와 4분기에 본인과 엑토를 통해 각각 8177주와 98만6898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1분기 본인과 엑토가 가진 이엔플러스 지분 모두를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는 지난해 3월 다시 엑토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이엔플러스에 재투자했다.
지난해 1분기 모든 지분 매각 당시 안 씨와 엑토의 이엔플러스 보유지분율은 각각 3.64%와 1.69%로, 5%룰(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금융당국에 해당 지분을 신고·공시하는 제도)에 따라 지분 매각에 대한 공시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지분 처분 후 정확한 매각대금 규모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매각 당시 월평균 주가를 보면 2023년 1월 4946원, 2월 4448원, 3월 664원으로, 1분기 평균주가는 대략 5347원이다. 따라서 해당 주식 처분 후 대략적인 매각대금은 166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안 씨가 2022년 1~5월까지 투자한 초기투자금은 85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추가 지분을 매입한 금액도 3100만원과 52억원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기투자금을 제외하면 20억~30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분을 모두 털고 나간 뒤 다시 엑토를 통한 이엔플러스 재투자 역시 막대한 수익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엑토는 지난해 3월 제3자 유증에 참여해 한주당 3550원에 신주를 취득했다.
하지만 이 시기 이엔플러스의 주가는 2차전지 테마로 급등하던 시기였다. 지난해 2월까지 4000원대이던 이엔플러스의 주가는 3월이 되면서 1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4월 중 한때 1만6300원까지 상승했으나 현재는 2000원 아래로 조정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도 크게 오른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일부 종목의 경우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 임권일 전 최대주주…계열사 통해 이엔플러스 CB에 참여
임권일 전 최대주주 역시 이엔플러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전환사채(CB) 투자에 참여하며, 회사와 관계를 계속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임 씨는 지난 2021년 6월 17일 이엔플러스 지분 250만4354주를 장내 매수했다. 같은 날 임 씨가 지분 40%를 보유한 테라에셋도 31만3419주를 매입했다.
이후 임 씨는 지분을 조금씩 매입해 2022년 3분기까지 이엔플러스 지분 313만8700주를 보유했다. 테라에셋도 263만50주까지 늘렸다.
하지만 2022년 4분기 임 씨와 테라에셋은 보유한 이엔플러스의 모든 지분을 매각했다.
이 역시 5%룰에 따라 정확한 매각대금의 추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임 씨가 초기 지분 투자한 250만4354주의 경우 한주당 4114원 매입한 것으로 공시돼 있으며, 이후 매각 시 한주당 6417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58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테라에셋이 보유한 이엔플러스 지분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을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임 씨 역시 이엔플러스의 주가가 2차전지 테마로 크게 오르자, 이엔플러스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6월까지 3차례 CB(26~28회차) 투자에 모두 참여했다. 총투자금은 220억원으로 임 씨와 연관 있는 △삼다감귤영농조합법인(70억원) △초록원농업회사법인(70억원) △테라에셋(80억원) 등이 투자금을 내놓았다.
또한 안 씨와 임씨가 재투자를 결정한 시기 최대주주는 에이팀하모니로, 에이팀하모니는 금성축산진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의 결정은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대주주와 유대 관계없는 곳에서 투자자로 참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의 경우 발행기업의 ‘백기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엔플러스 관계자는 “안종규 씨와 임권일 씨의 경우 오래 전에 단순투자 목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했었다”며 “이후 작년 2차전지로 인해 주가가 좋아져 엑시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회사 측에서 미래 전망을 보고 다시 투자해줄 것을 부탁해, 두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결정한 것이다”라며 “그리고 그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큰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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