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 이전 '해결 지지부진' 속 갈등 격화…인력 이탈도 가속화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8일 노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정우교 기자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8일 노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정우교 기자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산업은행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8일부터 이어오고 있고 강석훈 회장은 일주일째 출근하지 못한 채 업무를 시작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은 지난달 초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 이전 계획을 담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커지기 시작됐다. 이후 강석훈 신임 회장의 첫 출근길이었던 지난 8일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석훈 회장은 당시 노조 측과의 대치 10분 만에 발길을 되돌렸다. 모처에서 보고를 받고 업무를 시작한 강 회장은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과 다시 만남을 가졌으나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했다. 또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과도 만났으나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회장은 이후 모습을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본점 이전이나 취임과 관련된 추가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질 조짐이다. 강 회장은 8일 첫 출근길에서도 부산 이전 등 당면 과제에 대해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 회장은 첫 출근 이후 현재까지 모처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같이 밝히며 "취임식도 노조와의 합의가 이뤄진 후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본점 입구에 천막을 짓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컨테이너도 설치해 이번 논란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에는 조윤승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등 임원들이 지방 이전을 반대하며 삭발식도 가졌다. 

노조 측 관계자는 "컨테이너 공사가 완료되면 집행부들이 돌아가면서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라며 지난 8일 이후 사측과의 대화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부산 이전 계획에 대해 재차 비판했다.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부산 이전에 대한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인력 이탈에도 속도가 붙었다.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생기는 직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로 회사를 옮기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규직 외 전문직 직원들도 이직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지난달 4일부터 18일까지 신입행원 채용공고를 냈다. 석사(환경공학, 바이오, 전기·전자, 금융공학), 박사(경제학) 등 두 자리수 채용으로 현재는 서류합격자가 발표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이달 1차, 2차 면접을 거쳐 다음달 1일 최종 합격자를 알릴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낸 이유가 인력 이탈 때문이라고 콕 짚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부산 이전 논란이 계속되면서 사내 분위기가 예전보다 달라졌고 직원들의 이직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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