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선 붕괴, 코인 1년 반 전 수준 회귀…위험자산 침체
기준금리 인상 따라 이자부담↑…신용거래 반대매매 부담 가중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과거 신용대출로 주식, 코인에서 이득을 봤던 사람들이 요즘은 투자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그들은 대신 불어나는 이자에 한숨을 쉴 뿐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다."
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직장 내에서는 주식, 코인(가상화폐)에서 이익을 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 한다. 대신에 투자를 위해 받아 놓은 대출의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불어났다며 부담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느끼는 '빚투족'(빚을 내 투자)이 최근 늘어나는 모양새다. 투자처인 주식, 가상화폐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빚투족은 투자 손실, 대출금리 증가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주가, 코인은 올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첫 거래일(1월 3일) 2988.77(마감가 기준)에서 이달 2일에는 2658.99까지 떨어지더니 22일에는 2342.81로 2400선이 붕괴됐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도 367조(16.6%) 증발됐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주가도 올해 힘을 못쓰고 있다.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6.7% 빠졌으며 2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20.6%, 3위 SK하이닉스도 25.9% 떨어졌다. 특히 네이버는 37만6000원에서 23만9500원까지 내려앉으며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큰 하락률(-39.1%)을 기록했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은 현재 2만달러에서 횡보세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12월 수준이다. 이더리움 등 다른 알트코인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1년 반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 연말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주식·코인) 선호심리도 오르던 시기였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 정책을 전개하면서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채권, 금 등)의 가치가 더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앞으로 가팔라질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위험자산의 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빚을 냈던 빚투족은 금리 변동까지 걱정하게 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도 통상 동반 상승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17곳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6~8.47%로 전월에 비해 0.01~0.95%포인트 올랐다. 금리를 인하한 은행은 3곳(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케이뱅크)에 불과했다.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8.47%)으로 △카카오뱅크 7.62% △광주은행 6.51% △토스뱅크 6.46% △케이뱅크 5.72%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의 기준금리는 1.75%로, 한국은행은 올해만 3번의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말까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되면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금리역전현상'을 늦추기 위해서 연준의 행보에 따라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한다.
증권사에서 신용거래를 한 빚투족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 전망이다. '신용거래융자'란 주식을 매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증권사로부터 대출받는 거래 방식이다. 이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대출의 담보가 된다.
금리 인상기인 지난 4월 몇몇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렸다. 투자자 부담도 커졌는데, 문제는 주식시장이 침체될 경우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이 하락하면 증권사가 임의로 담보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빚투족은 이 경우 이자 상승, 담보 지급 부담을 동시에 지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현재 9%대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연내 10%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반대매매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5일 반대매매는 315억원에 달했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1월 3일(168억원)보다 두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라며 "대출금리도 이 영향을 받아 함께 오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코인시장이 침체돼 있고 대출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이자 부담을 선순위로 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수혜주라면서"...은행주들 금리인상기 '덕' 못봤다
- 주담대 금리 7% 시대…3억 대출때 월이자 175만원 '잠못드는 영끌족'
- "1년 만에 2%p나 올랐네"…뛰는 금리에 대출받기 겁난다
- "승진했고 연봉도 올랐어요"...금리인하요구로 8.23%p 깎았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가계대출 금리 8년 만에 4% 돌파
- KB국민은행, KB사이버브랜치에 '기업 자금사고 예방 솔루션' 도입
- 한국거래소, 경남 진주서 KRX지역아동센터 개소 지원
- 은행권 대출 규제 풍선효과…청년·고령층 2금융권 신용대출↑
-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고객 360만명 돌파…하반기 모임통장 출시"
- 토스뱅크, 7월 1일부터 한국씨티은행 개인신용대출 대환 개시
- 전북은행, 디지털 전용 'JB 1·2·3 정기예금' 출시
- 증권사 줄줄이 반대매매 유예 동참...빚투족 '안도의 한숨'
- 카카오뱅크, 나이스신용평가 'AA+/안정적' 신용등급 획득
- 카카오뱅크, 금융사기 피해 예방 위한 영상 3편 제작
- 대통령실, '청년 채무조정' 역차별 논란에 "원금 탕감 아냐"
-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식시장 떠났다"…금융위기 후 최저
- 토스뱅크, 1000억 유상증자 결의…총 1조500억 자본금 확보
- 7월 가계대출 4개월만에 감소…"금리 인상 부담 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