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투자 줄이고 경기침체 대응 나서
스마트폰·PC 등 완제품 판매 부진 예상
내년 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에 힘실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한 것을 두고 내년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커지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 업계의 빗그로스(비트단위 환산 성장률)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스마트폰, PC 등 일반 소비자용 전자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의 증설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2023년초 착공돼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사회가 제동을 걸면서 증설 일정은 지연될 전망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지난달 27일 진행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계와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시설투자를 상당폭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내년 나타날 경기침체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이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산업 특성상 단기간 출하량을 크게 떨어뜨리기 어려운만큼 기업들이 예정된 시설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보류해 당분간 생산능력(캐파)을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내년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개인용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지난해 세웠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공급을 조절한다면 내년에는 D램 가격이 반등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최근 D램 가격 하락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4분기에도 D램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서버용 D램 등 기업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일반 소비자용 반도체 수요 부진을 일부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내년 전세계 서버 시장 성장률을 11.5%로 전망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의 적용 확대로 인한 데이터센터향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는 내년 휴대폰과 같은 컨슈머 시장의 부진을 어느 정도 메꿔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볼 때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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